승화된 애수

in zzan4 years ago

오늘로 소월 탄생 218주년을 맞는다.
우리 문학사에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을 많이 남긴 시인이다.

국어시간에 선생님께서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가 물으셨다. 미리 예습을 했던 나는 너무도
자신 있게 외우고 있던 답을 말했다.

승화된 애수
참고서에서 본 내용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발표를 했다. 당연히 칭찬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설명을 해보라는 말씀에 그만 입이 붙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그 마음을 알게 되면서 눈물만한 답이 내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

소월의 이별은 지금 현실로 도래한 이별이 아닌 미래추정형이다. 확률 50%의 이별을 생각하면서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순간이 찾아 왔을 때 어떤 방식으로 완성할 것인가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조각가가 돌덩이를 앞에 놓고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내는 과정을 거쳐 만들고 싶은 상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에 비할 수 있다.

진달래는 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심어 가꾸는 꽃도 아니고 특정한 지역에 피는 꽃도 아니다. 그만큼 이별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 그 꽃을 떠나는 사람의 발길에 뿌려줌으로 그의 앞날을 축복하며 구차하지 않은 그러면서 두고두고 간직하게 하고 싶은 이별을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름에서처럼 여성성을 드러내고 있다. 처음 그의 작품을 읽고 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소월(素月)이라는 이름에서 단정을 하게 되었다. 진달래가 피는 봄날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달을 보며 소월을 떠올렸다. 휘황한 보름달이 아닌 파리하게 야윈 반달을 볼 때마다 모시적삼을 입은 가냘픈 여인을 연상하게 했다.

진달래는 꽃잎이 색상도 연하면서 두텁지 않다. 맑은 날 진달래 꽃잎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면 손바닥이 비친다. 꽃잎을 밟고 떠나는 사람의 눈에도 꽃잎을 뿌려준 연인의 감춘 눈물이 아롱거릴 것이다.

초혼이나 개여울을 읽으면서 그 여인이 겪어냈을 사랑과 이별이 핏줄을 타고 온 몸을 돌아나가는 상상에 빠졌다. 그에게서 영영 벗어날 수 없었다.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미지 출처:http://cafe.daum.net/rmaqhdnjs/EMTt/470?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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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기가 역겹다니.......
너무 심한 단어라 생각했어요...
누군가에게 역겨운 대상이 되는 일이요.

그 정도가 아니면
떠나지 말아달라는 애원이 숨어있겠지요.

昇華

우리 스티미는 우리 속을 너무나 뒤집어 놓는거 같아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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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슬프고 아름다운 시에요.
근데.... 국어도 예습을 해가시는 j님은 진짜 범생이셨어요. ㅎㅎ

에이, 범생이라기 보다
좋아했던 선생님이라 ㅎㅎ
느낌 아시지요?

ㅎㅎㅎㅎ 느낌 알지요. ㅎㅎ

역겨우려면 얼마만큼 미워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죠.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는
강렬한 희망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이별이 죽기보다 더 싫다는 마음이 전해졌어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눈물과 함께 했을까요 ㅠㅠ

예전에 눈물로 꽃을 피워
발 앞에 뿌린다는 상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