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야기] 당근과 채찍 사이에서
(간만에 뻘글 타이틀 )
초등학교 2학년 : 2학년이면 몇 살이지?
아직 10살도 안 되는 아이들에게 각목을 든 남자 담임 선생이 생각난다.
단편적인 기억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사람은 육포를 싫어했다.(왜지? 그 비싸고 맛있는걸)
초등학교 1, 2학년들이 뭘 안다고 체벌을 했을까 싶다.
내 기억에는 교실 안에서 왕따를 만들거나, 친구의 물건을 훔치거나, 싸움을 해도 별 관심이 없던 아저씨였던 거 같은데....
그냥 자기가 맘에 안 들면 그 작은 아이들을(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작았는데..;)
엎어 놓고 각목으로 때렸다.
삐------ 이후로 기억이 없음.
2학기 정도 되니까 선생이고 뭐고 그냥 밖으로 놀러 다녔다.(아, 내가 말이다.)
한 번은 팽이가 준비물인 날이 있었는데, 전통 팽이란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는지 수업 시간이 시작하고 나서도 계속 복도에서 혼자 팽이 돌리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우리 반 교실 앞이 아니라 3, 4학년 교실이 있는 2~3층 정도로 옮겨가서 놀았다.
(걸리면 각목이잖아)
우습게도 다른 일로는 각목으로 맞았는데, 초등 2학년생 아이가 교실에서 없어졌음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듯... (선생 맞냐 진짜)
초3, 4??? : 흰머리의 한문 선생님
호랑이 선생님이라든가 뭐 그딴 수식어가 붙었던 노친네..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고 하면 저학년이고 고학년이고를 떠나서(그래 봐야 초딩들인데) 옆구리를 발로 차 의자에서 바닥으로 날려버리는 미친 사람이었다.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주먹질도 서슴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정서가 매를 드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 우리 아이들 바른길로 인도해주는 호랑이 선생님(제정신이냐?), 발로 차고 밟고 매를 들겠지만, 사실은 아이들을 사랑하는(우~웩!!!) 선생님.... 뭐 이런 걸 좋아했던 거 같다.(그런 타이틀의 TV 프로그램도 막 있었던 거 같고)
반항할 힘도 없고, 부모님에게 말해봐야 아이 탓을 먼저하던 시절이라 그냥 체념과 동시에 "나는 그 선생님한테 맞고도 안 울었어. ㅇㅇ는 한 대 맞고 울더라? ㅎㅎ" 뭐 이런 게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던 거 같다.
물론, 나는 매우 울었다. 서러웠다.
비싸기만 하고 쓸모도 별로 없는 붓 펜 따위 내가 알 게 뭐냐?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겨우 붓 펜 하나 안 사 갔다고 선생에게 발로 차여 교실 바닥으로 날아갔다는 자식의 말을 들었을 어머니의 마음도 찢어졌을 거 같다.
나도 어머니도 한없이 약자였던 시절이었다.
초6 : 하키 스틱을 검정 테이프로 돌돌 말아다 '블랙스틱'이라고 부르던 여자 선생님
1학기 때 나는 어느 정도 그분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제자였으나 2학기 때 문제아로 돌변한 덕분에...
1학기 때는 선생님의 예쁨과, 2학기 때는 블랙스틱의 예쁨을 골고루 경험한 기억이 난다.
학교를 8시인가 9시까지 가야 했던 거 같은데, 나는 종종 10시나 11시에 가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집으로 가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
졸업하고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을 막 찾아가고 그랬던 동창들도 있었다고 한다.
왜 저럴까 싶었다. 졸업반 담임의 특별함 때문이었으려나...?
중1, 2, 3???(정확한 학년 기억이 없다.) : 채찍보다는 당근을 사랑했던 국어선생님.
수업 내용을 퀴즈로 내서 맞춘 사람에게 사과 사탕인가 캐러멜 사탕인가를 하나둘씩 나눠줬었는데...
전혀 매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혈기왕성한 중딩 꼬꼬맹이들을 잘 관리했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진 못했다.
극적인 체벌도 싫었지만, 너무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것도 별로였달까? (아니면 내가 사탕을 못 받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170~180cm를 넘나드는(나는 아니지만), 세상 단맛 쓴맛 다 본 거 같은, 어떤 애는 무슨 깡패처럼 생긴, 그런 애들이 선생님이 상으로 사탕 하나 준다고 뭐 그리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좀 그렇다.
칠판에 분필로 글씨를 써가며 설명을 하는 도중 "맞나요?" 하고 항상 학생들을 얼굴을 돌아보며 되물어보셨던 거 같기도 하고...
이게 우리들 사이에서 장난스럽게 유행어처럼 돌기도 했지만, 나도 나중에 앞에서 발표하거나 설명할 때 자연스럽게 써먹게 되더라. ㅎㅎ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말이다.
결국엔 재미있고 좋은 선생님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중2 : 새로 오신 수학 선생님
은 젊고 당당했으며, 체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적절한 비율을 자랑했던 거 같다.(수학 선생님이라 그랬을까?)
학생들 수준별(?)로 커트라인을 정해주고 그에 모자라는 만큼 30cm 플라스틱 자로 손바닥을 때렸다.(터프한 사람이라 이마저도 너무 아팠다.)
내가 짝사랑 했던 선생님이기도 하다.(!!!???)
수학도 못 하는 주제에 남들 다 싫어하는 수학 시간의 수학 부장을 지원했던 기억도 있다.
지원자가 1명(나)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장 타이틀을 거머쥐고 더 신나게 맞기도 했다.(평균 성적과 무관하게 수학부장이 너무 못하면 안 된다고...)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그 선생님과 사진 한 장 남겨두고 싶어서 집에 있던 필름 사진기를 가지고 가 같이 사진 찍자고 물어봤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그 사진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희미하게 그 이미지는 남아있다. 교복 입고 뻘쭘하게 서 있는 내 모습과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아주고 있었던 선생님의 모습의 사진 한장. 정말 좋아하긴 했었나 보다. ㅎㅎ
번외1 : 다른 친구의 기억은 자세하더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모든 선생('님'을 붙이기엔 어색한)과 교수/강사(역시나 '님'자가 어색한)들의 이름과 프로필을 기억하는 친구도 있는데 나는 비교적 그런 기억이 없는 듯 하다. 친구들 기억은 아주 조금 있는데, 이것도 나중에 생각나면 써야겠다.
번외2 : 국딩에서 초딩으로 바뀌었던 시절 지내며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과 반장인지 부반장 인지였던 여자아이의 이름이 똑같았다.
예쁘기도 하고, 공부도 잘하고, 반장이고... 심지어 선생님과 동명이인이라니...
쟤랑은 친구 하기 힘들겠군... 하고 생각했던 것이 벌써 20년이 훌쩍 넘은 옛날인데
용케도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 중 한 명이다. 사람 일이란 참... 모르는 것 같다.
연락하는 친구 중에 나만 싱글이라는 것도 함정...
덧
요즘 살이 너무 올라온 거 같아서 요가 자세를 하며 스트레칭을 좀 해봤는데, 엎드려 있으니 갑자기 생각난 초2 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짜증이 올라왔다. 구글에 '엎드려'를 검색하면 자연스럽게 '엎드려뻗쳐' 자세의 학생들 사진이 제일 먼저 나온다. 아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3번 변하는 동안 학교의 풍경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거 같다.
덧2
맞은 기억은 다 아프고 억울하고 서러웠다고 써놨군 -ㅅ-; 연약한 사람입니다. 때리지 마세요.
폭력적인 선생님 시간은 정말 싫었어요.
언제 누구한테 화를 낼 지 모르니까...제대로 졸지도 못하고..ㅋ
졸려울 땐 거의 고문당하는 느낌..ㅠㅠ
그래도 다 지나서인지 그 때가 그립기도 하네요.
음... 저는 그립지는 않던데... ㅎㅎ
어렸을때 진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미친듯이 맞았는데 지금생각해보면 그게 참...... 엎드려 하면 바로 엎드려 뻗쳐 하는 자세가 저도 생각남....
엎드려 = 체벌 ...... ㅠ
이제는 헬스 자세로 생각합시다. ㅎㅎ;
저희때도 참 많이 맞았습니다..
지각해도 빠따~
성적 떨어져도 빠따~
수업시간 졸다가 빠따~~ ^^
ㅎㅎ.....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이....
저도 중학교 2학년때 여선생님께서 같은반 (결석을 밥먹듯이 하던)애를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던지면서(책이며..분필...칠판지우개...등등..) 양손스킬을 쓰시면서 마구잡이로 때리던 모습이 갑자기 생각나네요....(제정신이 아니셨던 듯... ㅜㅜ) 거의 분풀이 수준..으로....
결석하던 친구가 학교에 있으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ㅎㅎ;
'양손스킬'이라고 하니까 되게 무서우면서 웃기네요... (역시나 웃으면 안될텐데..;;)
흠.......
많이 맞았군요 그래하늘님 ㅜㅜ
전 중학교 2학년때 겨울에 발바닥 맞았는데 죽는줄알았습니다ㅎㅎ
점심시간때 피시방가서 수업을 두개 째끼고 걸렸습니다 ㅎㅎㅎ
많이 맞았다기 보다는.. ㅋㅋㅋㅋ 짜증나는 기억들이 떠오르다보니 그렇네요. ㅎㅎ
저희땐 맞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학교를 갔다는...ㅋ 저만 그런가요?
그래도 그때가 재밌긴 했었는데...
보통은 맞는 게 싫어서 ㅋㅋ 그들의 요구대로 준비해갔죠.
숙제든 공부든.... ㅎㅎ;;;;;;
하...각목에 하키 스틱..숨막힙니다...
크......
숨막히죠. .
다들 지금 즐거운 노년 보내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ㅎㅎ
반 아이들이 떠들었다고 부실장이었던 저와 실장을 엎드려 뻗쳐 자세로 대걸레로 때리셨던 샘 기억이 나네요. 남자인 실장은 15대, 저는 10라고 해서 저도 15대 때려달라고 했다가 죽을 뻔 했던...결국 그날 걸레 자루가 운명했지요.-ㅁ-;;
그래도 운 좋게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칭찬할 일이 생기면 서예로 시를 써주시던 4학년 때 선생님은 20년이 지나 제가 결혼하던 날에도 시 한 편을 곱게 써서 주셨지요. :)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때리는 학교가 있나요... 참.... 안타깝습니다..
좋았던 기억 보다는 안 좋았던 기억이 오래남으니까요. ㅎㅎ
대학에 가서야 친구 같은 스승님, 다시 만나고 싶은 선생님을 만났지...
고등학교까지는 그닥 좋은 사람을 못만나서 인것도 같고.. ㅋ
요즘은 그래도 덜하겠죠?? ㅎㅎ
전 국민학교 선생님 좋았는데.
토요일이면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고 계곡으로 놀러가고. (학교가 북한산 중턱에 있었거든요.ㅋ)
아침에 칠판에 시 적어주시고 느끼는 걸 그림 그려 보라고 하고.
문제 맞추면 사탕 주셨는데 답은 알아도 당시 숫기가 너무 없어서 손을 안들어서 사탕은 못 받았지만.ㅋㅋ
당시 알려주셨던 종이 박스 접는건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종이 박스 접는거 알려주시면서 생선 같은거 먹으면 가시 여기에 버리라고 그래야 어머니가 편하다고 알려줬던게 아직도 기억나요.ㅎㅎ
좋았던 선생님은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거 같아요.
워낙 충격적인 캐릭터를 많이 만나다보니... ㅎㅎ
선생님 시리즈로 풀면 하나 둘... 정도 더 포스팅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물론, 예쁜 선생님들은 아니었지만... ㅎㅎ
참.. 고등학교때까지 글씨 못쓴다고 맞았던게 생각나네요.
헐.... 간섭이 심한 학교였나요...
제가 글씨로 터치를 당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