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정원의 사과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11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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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과들은 기후와 계절의 특질을 흡수할 때까지 바람과 서리, 비를 맞으며 나무에 매달려 있다. 그러다가 맛이 잘 들면 그 정수가 우리 속으로 들어와 침투하고 스며든다. 사과는 제철에 밖에서 먹어야 한다. 10월의 과일이 지닌 야생의 선명한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10월과 11월의 매서운 공기를 호흡해야 한다. 산책하는 이가 바깥 공기 속에서 활동하고 나면 미각이 색다른 상태가 되어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자극적이고 괴상하다고 할 맛이 나는 과일을 찾게 된다. 야생의 과일은 들판에서 먹어야 한다. 운동하고 난 뒤 온몸이 뜨거워 졌을 때, 서리 내린 차가운 날씨가 손가락을 시리게 할 때, 바람이 헐벗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얼마 남지 않은 잎사귀들이 바스락거릴 때, 어치의 요란한 울음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올 때 먹는 게 어울린다. 집에서는 시큼했던 것들이 상쾌한 산책 뒤에서는 달콤하게 느껴진다. 이런 사과들에는 상표가 붙을지도 모른다. '바람 속에서 먹는 것'이라고.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언젠가 소로우의 그런 사과가 먹고 싶었다. 맑고 추운 겨울날 햇볕을 받으며 차가운 들숨과 희뿌옇고 뜨끈한 날숨을 뿜으며 숲 길을 걷다보면 두껍게 껴입은 외투 아래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온기와 함께 갈증 아닌 갈증 속에 때마침 만나는 야생 사과는 그야말로 개꿀 맛일 것이다. 겨울도 야생도 아닌 라다크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소로우의 야생 사과 모양의 작고 아담한 정원의 사과를 만났다. 귤메이 아저씨는 아직 먹을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주 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시지도 않고 약간 새콤하다. 그는 이 맛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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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5월 18일 사과 꽃이다. 2개월이 아닌 2년 뒤 이 나무의 열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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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과네요. 여행은 순조로우신 거지요?

어릴때 먹었는 능금이 저는 간혹 생각납니다. 지금 사과는 그때 맛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