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3 days ago

수면위에 동심원을 그리며 놀던 물새들이
가을이 오면서 V자를 그리며 미끄러져간다
무엇을 말하려는 몸짓일까

며칠 뒤 파란 하늘을
수직으로 날아오르는 새들이 보인다
조금 올라가다 떨어지는 어린 새들은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가을도 저물어갈 무렵
새들이 하늘에 V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산을 넘기도 하고
구름을 지나가기도 했다

이별을 위한 연습
구름 속에 매운 눈물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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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가을/ 이영춘

쨍그렁 깨질 듯한 이 가을 하늘
눈물겹다
무거움의 존재로 땅끝에서 발붙인 짐승
부끄럽다
멀리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고
가을 잠자리들 원 그리며 무리 짓는다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이 가을 햇살 아래
아, 아프구나! 가볍지 못한 존재의 무게가
제 무게 이기지 못하여 모두 털고 일어서는
이 가을날에 나는
무엇이 이토록 무겁게 허리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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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이 시인님의 시는 너무나 반성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