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없이 NO, 북한산 염초봉 산행후기-3 원효봉(元曉峰)
장비없이 NO, 북한산 염초봉 산행후기-3 원효봉(元曉峰)
북한산성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인 원효봉에 올랐다. Y는 미리 준비한 빨간 드레스를 꺼냈다. 원래 가지고 오려고 했던 가벼운 드레스가 아니라 바람에 잘 안 날리는 무거운 드레스를 가지고 왔다고 투덜거렸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 Y가 연기하고 싶은 장면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봉우리에 오르면 보통 정상석이나 정상목 앞에서 사진 찍는 게 일차적인 관문인데 옷 갈아입는데 정신이 팔렸는지 정상목 앞에 섰을 때는 이미 사라지고 안 보였다. 혼자 왔다는 통통하게 보이는 처녀가 인증사진 한 장 찍어 달라고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달리는 모습이나 정상석 앞에서 찍은 인증사진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 등산 자체 보다 인증사진에 목을 매는 젊은이들도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여러 각도로 사진이 멋있게 나올 때까지 찍고 또 찍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혼자 와서 여러 포즈를 취하기는 민망스러운 모양이다.
산에서 특별히 예술사진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너무 작게 나오지 않게 주위배경도 어느정도 넣어 찍어주면 된다. 하늘을 너무 많이 넣거나 사람이 개미 만하게 나와 누군지 구별도 잘 안 가게 찍어주는 사람도 있는데… 나를 만난 건 그녀에게는 행운이다.
아마추어 모델활동을 하는 Y는 사진에 진심인 여자다. 어떻게 찍어 달라고 주문하며 찍은 사진을 보며 포즈를 바꾸고 기념사진을 예술사진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싶어한다. 난 등산에 방해되는 행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다. 그래서 구도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샷타를 누른다.
가끔 영혼없이 찍는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는데 그녀가 속한 사진동호회 소속작가의 진중한 태도와는 대비될 만도 할 것이다. 그날 1000장 이상을 찍었는데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해 찍었다면 사진찍는데만도 몇시간은 소비했을 것이다.
원효봉(元曉峰)
높이 505m, 북한산성 동쪽에 위치한 봉우리로 북한산성의 동쪽 방어를 담당했다. 봉우리 정상은 넓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특히 동쪽으로는 서울 시내, 서쪽으로는 서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변에 노적봉, 백운대, 만경대 등 북한산 주요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서의 역할도 한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했다는 전설이 있다. 북한산성 축성 당시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봉우리 주변에는 성벽과 망루가 남아있다.
역시 멋진 사진이네요.
마지막에 댕댕이는 어케 왔지? ㅋㅋ
감사합니다. 이 댕댕이는 원효암(사찰)에 사는 놈 같아요.
저 모델분 정말 대단하십니다.
빨간 원샥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ㅎㅎ
클라이머라 보통 일반인이 오를 수없는 암벽을 드레스를 입고 오르는 게 신통방통합니다.
초록산, 회색돌 그리고 빨간 드레스 정말 잘 어울리네요. 보통 사람들은 평생 빨간 드레스 입고 산에서 사진 찍히는 일은 없을텐데 Y분은 복받으셨나 봅니다.
나이도 많은데 아마추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을정도로 사진찍는 걸 정말 좋아하는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