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없이 NO, 북한산 염초봉 산행후기-3 원효봉(元曉峰)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2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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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없이 NO, 북한산 염초봉 산행후기-3 원효봉(元曉峰)

북한산성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인 원효봉에 올랐다. Y는 미리 준비한 빨간 드레스를 꺼냈다. 원래 가지고 오려고 했던 가벼운 드레스가 아니라 바람에 잘 안 날리는 무거운 드레스를 가지고 왔다고 투덜거렸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 Y가 연기하고 싶은 장면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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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에 오르면 보통 정상석이나 정상목 앞에서 사진 찍는 게 일차적인 관문인데 옷 갈아입는데 정신이 팔렸는지 정상목 앞에 섰을 때는 이미 사라지고 안 보였다. 혼자 왔다는 통통하게 보이는 처녀가 인증사진 한 장 찍어 달라고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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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달리는 모습이나 정상석 앞에서 찍은 인증사진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 등산 자체 보다 인증사진에 목을 매는 젊은이들도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여러 각도로 사진이 멋있게 나올 때까지 찍고 또 찍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혼자 와서 여러 포즈를 취하기는 민망스러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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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특별히 예술사진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너무 작게 나오지 않게 주위배경도 어느정도 넣어 찍어주면 된다. 하늘을 너무 많이 넣거나 사람이 개미 만하게 나와 누군지 구별도 잘 안 가게 찍어주는 사람도 있는데… 나를 만난 건 그녀에게는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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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모델활동을 하는 Y는 사진에 진심인 여자다. 어떻게 찍어 달라고 주문하며 찍은 사진을 보며 포즈를 바꾸고 기념사진을 예술사진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싶어한다. 난 등산에 방해되는 행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다. 그래서 구도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샷타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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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영혼없이 찍는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는데 그녀가 속한 사진동호회 소속작가의 진중한 태도와는 대비될 만도 할 것이다. 그날 1000장 이상을 찍었는데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해 찍었다면 사진찍는데만도 몇시간은 소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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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봉(元曉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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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505m, 북한산성 동쪽에 위치한 봉우리로 북한산성의 동쪽 방어를 담당했다. 봉우리 정상은 넓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특히 동쪽으로는 서울 시내, 서쪽으로는 서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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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노적봉, 백운대, 만경대 등 북한산 주요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서의 역할도 한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했다는 전설이 있다. 북한산성 축성 당시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봉우리 주변에는 성벽과 망루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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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멋진 사진이네요.

마지막에 댕댕이는 어케 왔지? ㅋㅋ

감사합니다. 이 댕댕이는 원효암(사찰)에 사는 놈 같아요.

저 모델분 정말 대단하십니다.
빨간 원샥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ㅎㅎ

클라이머라 보통 일반인이 오를 수없는 암벽을 드레스를 입고 오르는 게 신통방통합니다.

초록산, 회색돌 그리고 빨간 드레스 정말 잘 어울리네요. 보통 사람들은 평생 빨간 드레스 입고 산에서 사진 찍히는 일은 없을텐데 Y분은 복받으셨나 봅니다.

나이도 많은데 아마추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을정도로 사진찍는 걸 정말 좋아하는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