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in #krlast month (edited)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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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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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 게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고, 겁이 많았고, 이제는 부정적인 에너지에 갇혀서 자기 벽을 깨기가 좀처럼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 내가 요즘 실감하고 있는 건강한 에너지의 흐름을 그녀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매일 살려달라는 간절한 기도 끝에 내가 신의 응답처럼 도움을 주려 온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익숙한 방식으로만 움직이고, 이전의 습관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돈과 안락한 집을 가졌고 딱 하나 건강을 잃었다. 그녀는 너무 사랑스럽지만 또 너무 칼 같은 말로 여전히 주변 사람에게 생채기를 남긴다. 예민하고 고집스러운 태도가 그녀에게 불면과 불타는 위장 상태를 가져다주었다. 지난한 투쟁과 아픔 끝에 우리는 평화를 되찾았고 황금 같은 시간이 찾아왔지만, 결국 그녀는 이 소중한 시간을 하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좁은 생활에 갇혀있다.

그녀가 나의 학생이었다면, 하고 상상한 적이 많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닫힌 세계에서 나오게 할 수 있을까. 무너진 건강으로 자기 고집의 실패를 경험했다면 식사, 운동, 생활 방식 모두를 바꿔야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자꾸 이상한 곳에서 잠이 드는 그녀를 바라보며 내 눈이 벌게 진다. 나는 매일 생성되는 행복으로 나아가는데, 그녀는 꼼짝 없이 그늘에 주저 앉아 있다. 일으켜 세워도 다시 그늘로 녹아내린다.

스무 살때부터 내가 자유의지로 행하던 모든 행로를 반대했던 그녀. 이제 나는 스스로 걸어갈 충분한 힘이 생겼다. 이제서야 그녀도 나의 세계가 따로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늘에서 한없이 약해져 있다. 여기서 함께 머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한다.

움직이고 운동하는 것이 그녀의 불면과 위장 장애, 근육 부족, 체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쉬운 길이라 끊임 없이 외치고 있다. 오늘은 소리를 지르다가 목이 쉬었다. 10년 동안 망치질을 해도 깨지지 않는 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10년 동안 불을 지펴도 녹지 않는 얼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수련 중에 삶에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운데로 걸어가고 있지만, 어떻게 그녀를 이 여정에 초대할 것인가. 신은 어떠한 이유로 내게 그녀를 맡겼는가.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그녀를 건져내어 잠깐이라도 내가 걷는 볕 좋은 길을 함께 걷고 싶다. 일단, 억지로 옮기는 대신 내가 걷는 좋은 길을 자꾸 보여주고 있다. 운동이 내게 주는 신체적 정신적 만족과 나의 시간 속에서 행복한 모습을. 그리고 참 좋으니 얼른 이런 행복을 함께 누리자고 말한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그녀가 답한다. 똑똑한 의사들도 그녀를 포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늘 내게 난제였다. 어렸을 때는 그녀를 이길 수 없었고, 지금은 그녀를 이끌 수 없다.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간절한 마음이 어딘가에는 닿을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