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찾아서
송길영 -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어제 샤워를 하다 문득 깨달았다.
진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오고 있었음을.
모두 진짜를 좋아하고 진짜를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진짜와 가짜의 기준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데다가
그 둘을 구분하기까지는 무척이나 품이 든다.
어느 순간 그럴듯하게 꾸며진 가짜가 진짜 행세하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일은 더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어려워질수록 그냥 포기한 채로 살아가게 된다.
그 현상에 지지 않기 위해 결의를 한,
진짜 찾기 용사처럼
아주 일상적인 세세한 부분까지
늘 진짜를 만나고, 진짜를 찾고, 진짜에게 반응하기 위해
전방위로 애써왔단 걸 발견했다.
세상이 제대로 안 해주는 것 같아서
나라도 가열차게 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아름답지만,
그 가치를 영원히 추구할 테지만,
너무 무겁고 뜨겁지 않았나 되돌아본다.
내면세계에 장벽을 치고 경계를 했다.
진짜를 향한 열망이 오히려 진짜와의 연결을 멀어지게 하진 않았나.
힘을 빼자.
진정성은 나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시간의 축적으로 오는 거였구나.
품이 많이 드는 거구나.
세상의 속도와 인정과는 상관없이
어차피 나의 속도와 세계관으로 내러티브를 쌓는 인생을 사는 데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니 이왕이면 가벼워지자.
진짜를 사랑한다.
진짜를 영원히 사랑하고 진짜를 발굴할 것이다.
그러나 진짜 같은 가짜를 미워할 필요는 없지.
가짜가 될 수밖에 없는 행태도 배척하지 말아야지.
그들이 진짜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야지.
모든 건 배움이고, 모두는 진화하니까.
점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시대의 흐름이 오고 있다.
적응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내포한 채로
수 많은 질문과 혼돈과 갈등을 안고서
기쁘게 뛰어 들어갈 것이다.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