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경칩

in zzan4 years ago

어제는 경칩/

강원도 홍천에서도 내촌이라는 진짜 산골 동네에서
장뇌삼을 재배하는 갑장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잘 먹겠어
이 어려운 시기에 뭘 보내 한다.

그러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경칩이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젠 개구리도 없어
논이 없어지니 개구리도 없어지네
알을 깔 때가 없어 개울에 까 놓는데
가물어서 죽고 비 좀 오면 떠내려 가구
그러니 개구리가 있을 턱이 없지 없어

개구릴 잡아먹어서 없는 게 아니라
논을 다 메꿔버리니
개구리 살 곳이 없어 알을 까 놓을 곳이 다 없어지는 거야
개구리를 정말 위한 정책이면
논농사를 권장을 하여야 하는데 쌀농사 지어 돈이 안되니
메꾸는 거야 그게 개구리한테는 통째로 삶의 터전이 없어지는 건데
그런 걸 해결하지 않고 잡아먹는 거만 막으면
다 잘 되는지 알고들 있으니 답답 혀 일절 하는 게 다 그 모양이여, 한다.

이젠 개구리 잡아먹던 것도 옛 추억이야
벌금이 무서운 게 아니라 개구리가 없어
옛날에는 그렇게 잡아먹어도 많던 개구리가 구경을 할 수가 없으니
참 세월 묘해 묘하고 말고 그때가 좋았는데...

그 친구는 이맘때면 개구리를 잡아놓고 이 친구 저 친구 전화를 해서는
우리 한잔 해야지, 내려와 개구리 붙들어 놨구먼 하던 시골 인심 뿜 뿜 하던 친구다.
그럼 친구들은 모여들었고 한바탕 왁자지껄 하니
그 조용하던 시골 동네가 시끄러울 지경이었다.

개구리 파티가 끝나고 헤어지고 나면 형편이 되는 친구들은 전화를 해서
야! 그거 잘 먹었어 역시 개구리가 최고야 하며 장뇌삼을 주문을 하여 먹기도 하고
주변에 선물을 해가며 홍보도 해주곤 했다.

그랬는데 이제 그것은 가마득한 옛이야기가 되었고 다행인 것은 코로나 19로 오히려
면역력에 좋다는 장뇌삼이 수요가 늘어서 재미를 보고 있단다.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도 산 사람이 된 지 20년도 넘은 듯하다.
산속에서 살 거 같지 않았던 도시 냄새가 물씬 나는 아주 세련미 있는 친구인데
산속에서 어머니 모시고 신선이나 다름없이 사는 것을 보면 세상 일 모르는 거다.

어찌 됐든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지니 친구들 생각에 보내준 고등어가 이렇게 소식을 물고 온다.
그제인가는 제주도 한라산 아래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한라산 선녀도 전화를 해왔다.
그 친구 덕분에 설악산도 종주를 해 봤는데 고등어 덕분에 아니 스팀이 좀 올라 주는 덕분에 도깨비 덕분에 친구들 소식도 오랜만에 듣게 된다.

참 복이 많은 내다.

Sort:  

가즈앙~! ♨♨♨

우리 스티미♨ 위로 가이원~! 힘차게~! 쭈욱~!

그래요 반갑습니다. ㅎㅎ 내촌면 저도 아주 잘 아는 마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