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100] 대서양 크루즈의 시작, 리스본
리스본은 크루즈 타기 좋은 도시이다. 크루즈 터미널이 시내에 있는데다가 유럽 대륙의 가장 서쪽에 있는 수도라서 대서양을 건널 때 가장 합리적인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 크루즈 여행을 하다 보면 주요 도시와 멀리 떨어진 항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로마의 치비타베키아나 터미널이 그렇고, 런던 근교에 있는 사우샘프턴 크루즈 터미널이 그렇다. 두 곳 다 적어도 시내에서 1시간은 넘게 차를 타고 이동해야만 한다. 하지만 리스본은 숙소 위치만 잘 잡으면 걸어서도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나는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들고 나와 버스를 타고 크루즈 터미널로 이동했다. 버스를 탄지 15분이 되었을까 앞뒤로 나란히 서있는 크루즈 2대가 눈에 보인다. 뒤에 있는 노르웨이지안 스타가 바로 내가 탈 배이다. 크루즈를 한 두번 타본 것도 아닌데도 유난스러운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처음 크루즈 탈 때보다도 몇 배는 더한 떨림이었다. 그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크루즈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면 이번에는 낯선 도시들과 그 낯선 도시로 인한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과 긴 여정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만약에’ 라는 무수한 가정이 머릿속에서 반복되면서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일들을 그려냈다. 특히, 가장 낯선 곳인 아프리카의 작은 섬 카보베르데에 입국하지 못하고 쫓겨났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본 후부터 불안은 더욱 커졌다. 모든 약함과 무지로 무장한 작은 병아리가 된 기분이었다. 작은 알 속에서 잔뜩 웅크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들바들 떠는 그런 작은 병아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도착한 리스본 항구에서는 조금도 지체하는 시간 없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모든 걱정과 근심이 너무도 한심할 만큼. 크루즈에서 신분증이자 방 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씨패스 카드를 손에 쥐고서야 나는 해맑게 웃을 수 있었다. 이번 항해가 어떤 모습일지 조금도 그려지지 않았지만 2001년에 첫 운항을 시작했다는 별이 그려진 작은 크루즈는 올라타자 마자 이미 오랜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의 대항해 시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