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8월에 만나요(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한 책을 마치고 다음 책을 고를 때 기준은
읽은 책에 소개된 책일 가능성이 많다.
도서관에 그 책이 없을 때는 일간지에
소개된 신간 도서를 메모해 두었다가
책이 들어 왔는지 확인한다.
그래도 없을 때는 그 작가의 다른 책을 훑어 본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 콜롬비아)는 우리에게 [백년의 고독](1982, 노벨문학상)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 책의 상상력과 방대한 스토리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무 아래 스스로 붙박이가 되어 있던 남자가 기억 난다. 또 엄마의 유골이 담긴 자루를 메고 들이닥쳤던 여자아이도 기억 난다.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은
(이것을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한단다.)
그의 조부모로부터 유래한다고 한다.
마르케스의 할머니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들려주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고 하니 우리 모두 손주가 생기면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 들려주도록 하자.
혹시 아는가, 손주의 창조력에 일조하게 될지.
아무튼 원하던 책 대신 만난 이 책은
작품보다 프롤로그와 부록이 더 길다.
게다가 속지가 요상한 색이다.
알고 보니, 마르케스는 이 책의 출판을
거부했었더란다. 이미 세계적인 명작으로
인정받은 [백년의 고독]이 있는데 마음에
차지 않은 작품을 내놓기 꺼려졌던 모양이다.
더구나 그의 뇌기능이 극도로 악화되었을 때,
쉽게 말해 치매를 앓으면서 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작가 아버지가 사망하고 얼마 후
그의 두 아들은 돈이 궁하니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애비 덕에 잘 먹고 잘 살았음에도
돈은 늘 부족했겠지.
민망하니 서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문체가 아름답고 어쩌구 핑계를 댔다.
이후 편집자들과 지인들은 책을
낼 것인가 말 것인가 논의가 분분했던
모양인데 결국 이렇게 출판 되었다.
어떤이는 '치매에 걸렸어도 창작 능력에는
별 지장이 없는 것 같다' 고 밝혔는데
이 작가 연구가가 아니니 난 잘 모르겠고.
누구를 8월에 만나자고 한 걸까.
마흔 여섯의 여성 아나 막달레나 바흐는 매년 8월 16일에 어머니의 무덤이 있는 지중해의 섬으로 건너 간다. 글라디올러스 한 다발을 놓고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혼자만의 행사였다.
그런데 이 일박 동안 모르는 남자가 다가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 사업가도 있고 범죄자도 있었으며 심지어 주교도 있었다.
광란의 하룻밤을 보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 오는데 다음 해의 어머니 기일까지 너무 멀다.
세상을 다시 보게 된 걸까? 믿었던 남편의 사랑조차 매우 의심스럽다.
그러다 어머니의 무덤을 지켜왔던 어머니의 숨겨진 남자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가 괜히 섬에 묻히길 희망했던 게 아니구나 깨닫게 된다.
그녀는 어머니의 유골을 집으로 가져와 남편에게 '어머니는 모든 걸 다 알고 계셨다'는 말을 한다.
짧고 단순한 내용이다.
게다가 번역된 것이니 언어의 섬세함을
느낄 수도 없다. 한국 독자로서는
위대한 작가가 마지막으로 이런 작품을
썼구나 하는 정도.
그게 여성이 주인공인 애정물이니, 작가가
평생 여성에게 둘러쌓여 살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송병선 역 / 민음사 / 2024 / 16,000 / 소설
책을 많이 읽어시나 봅니다. 바쁘기도 하지만 책에 손이 안가는 이유가 뭘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