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이런 작가가 있어 행복하다, [행간을 걷다], 김솔
이 소설을 읽으며 그런 연상을 했다.
'하나 하나 잘 빚은 벽돌을 쌓아 올려 아름다운 담장을 이루다.'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낸 벽돌이 아니다. 손으로 빚어서 문양을 넣었다. 문양은 잘 살펴봐야 한다. 동물도 있고 식물도 있으며 꿈도 있고 나아가 죽음도 있어서 대충 보아서는 모른다. 그런데 살펴 볼수록 전달되는 게 있어 한번 더 보게 된다.
그런 조각들로 만든 담장이니 얼마나 품위가 있는지. 이 소설이 그렇다.
'나'는 뇌졸중으로 오른쪽 반을 쓰지 못한다. 평생을 금고 제작 회사에서 일 했다. 뇌졸중 환자의 대부분이 3년 이내에 사망한다는데 의사는 '산책 같은 무의미한 연명 조치'를 권장한다.
30년 연하의 아내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다른 남자들을 만나는 그녀는 집안에 있는 금고를 열고 싶어한다. 직접 제작한 금고 안에는 이혼서류와 유언장이 들어 있고 그 안에 금고가 또 들어 있다.
'나'는 '하나의 몸을 두 개의 영혼이 나누어 쓰게' 되어 반쪽을 '너'라고 명명하다 이기적이고 영악한 '너'에게 '쉥거'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도시의 지저분한 역사가 새겨진 하천변을 몸을 질질 끌고 걸어서 직장으로 가는 게 일과다. 다양한 사람들이 하천 길을 걷는데 거의가 '나'에게 무관심하거나 쌀쌀맞은 눈빛이다. 그 중 최악은 '나'를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다정히 산책하며 지나갈 때다.
금고 제작소에 아마드라는 이민자는 추방의 불안을 지닌 가장이다. '나'는 그에게 가진 기술 전부를 알려준다. 집의 금고의 비밀번호도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삶의 끄트머리에 온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며 별 미련은 없다. 아마드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산책하던 중 바라보기 좋아했던 소녀가 지나가자 구원처럼 달려든다. 놀란 소녀가 도망쳤고 '나'는 하천에 몸을 던졌다.
몸에 붙어 있던 쉥거가 사라졌으나 '나'는 식물인간 상태이다. 사장이 문병을 와서 속삭이던 말, 그리고 아마드가 와서 분통을 터뜨린 말로 '나'만 모르던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사장과 아내는 오래 전부터 내연관계였다.
금고 안의 이혼 서류와 모든 재산을 아마드에게 주겠다는 유언 내용을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리모콘은 아미드가 쥐고 있지만 누르는 순간 폭발해서 내용물은 사라지게 되어 있는데.
장례가 치루어지고 그는 송장벌레가 되어 외출한다. 그 새 하천의 수위가 높아졌다. 투신한 사람이 익사한 게 아니라 바닥의 돌에 다쳤기 때문에 시에서 물을 더 공급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죽은 자의 명예를 위해 산 자들이 끝까지 싸워주는 전통이 없는 이 나라' (p197)다. 우리는 너무도 외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임시로 땜질되고 가설하고 현수막을 거는 하천변의 변화는 너무나 흔한 우리 사회의 풍경이다.
나와 너, 쉥거, 우리로 나뉘었던 자아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짧은 1년. 그 중에서도 욕심 내고 세상을 향해 달려들 수 있도록 하는 쉥거라는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우리 모두는 안에 쉥거를 담아 두고 있다. 쉥거는 나가서 나쁜 짓도 하고 자기 주장도 하며 때론 야바위 짓도 하지만 이것 없으면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다.
강렬한 느낌의 소설, 김솔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김솔 / 현대문학 / 2024 / 15,000 / 장편소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이거 우리나라 인가요? ㅠㅠ
청계천을 따라 출근했대요, 작가가.
한강이라고 안하고 도나우라고 설정했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