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먹은 이야기
아침에 일어나 밭으로 가기 전에 이국장이 말을 한다.
오늘이 중복이니 옥수수를 몇 개만 따다 쪄 먹자고...
아내인 이 국장은 운동 삼아서 걸어서 밭으로 가고 나는 가서 할 일이 많으니 자동차로 갔다.
농사일이란 게 안 하면 없고 하기로 마음먹으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농사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밭에는 할 게 없다.
옥수수 밭은 이제 한창 영글어 가니 수확을 기다리면 되고 콩이나 팥도 노린재가 보여 살충제까지 다 주었다.
들깨도 이젠 자리를 잡아 잘 올라오고 있다.
있다면 너무 뜨거우니 농작물이 탈까 걱정이다.
그러니 딱히 밭에 가도 아내 입장에서는 할 일이 없다.
그렇지만 나는 둘러보면 많다.
풀이 올라오는 걸 놔두기보다는 크기 전에 예초기로 작업을 하면 빠르고 편하니 그것도 해야 하고 김장을 하려면 무배추를 심어야 하는데 밭에 돌이 워낙 많으니 무는 포기를 하고 배추만 심어 볼까 하는데 그러면 돌을 골라내며 두둑을 만드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다.
밭에 도착해서 퇴비 만드는데 쓸 음식물 쓰레기와 집 근처에서 모은 풀을 퇴비장에 보태고 둘러보니 딱히 할 일이 앞서 말한 대로 없다.
하여, 옥수수 밭으로 가서 옥수수 토생이를 골라 살짝 여러 보니 아직 덜 영근 거 같다.
도로 덮어놓고 며칠 더 기다리자 이런 마음으로 돌아 서는데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복, 아니 중복, 복이라는데 그래서 옥수수를 몇 개 따다 쪄 먹자는데 덜 영글었다고 안된다,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덜 영글었으면 덜 영근 대로 먹어보지 아내의 말을 거역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살짝 열어 보았던 것을 땄다, 그러고 까보았다.
역시 덜 영근 거 같이 보였다.
실망하여 하우수 안 탁자에 가져다 놓고 예초기로 제초 작업하다 콩이 망가질까 비켜선 곳에 호미를 들고 갔다.
이건 심은 게 아니라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는데 옥수수 밭고랑 여기저기에 콩이 있어 비켜선 것이라 손으로 쥐어뜯었다.
원래 옛날에는 콩밭을 맬 때 아이매고 두벌 맬 때는 호미로 긁어 북을 주며 매고 그래도 풀이 무성하면 손으로 쥐어뜯거나 뽑아서 고랑에 놓고 했다.
그렇게 하는 작업 이름이 따로 있는데 생각이 안 나 엄마에게 물으니 엄마도 잊으셨는지 엉뚱한 말씀을 하신다.
여하튼 콩폭 사이를 뒤져가며 풀을 뽑으니 그때 생각이 났다.
아침 시간인데도 웬 땀이 그리 나는지 그 옛날 콩밭 맬 때 나던 땀이 달려오는 거 같다.
그러나 많지 않으니 금방 끝내고 뭘 할까 하니 눈에 들어오는 거 밭 둑을 더 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예초기 기름이 없다.
일전에 다 털어 썼다.
기름을 사러 갈 수도 없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오다 보니 카드도 현금도 아무것도 없다.
혹시 차에 뒤지면 몇천 원 나올까 했는데 뒤져 봐도 없다.
그러니 할 거라곤 배추 심을 자리라고 이야기 한 곳에 돌을 주어 내고 캐내는 일이다.
호미와 곡괭이 그리도 돌을 들어 나를 비료포대 하나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했다.
일당 위에 있는 돌을 비료 포대에 여러 개를 올려 밭둑으로 날랐다.
호미로 안 파이는 건 곡괭이질로 파냈다.
와! 미치게 덥다.
해가 떠오르니 그냥 더 덥고 별로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옷은 흥건하다.
8월 초면 모종을 심을 텐데 그 안에 이국장 마음에 들게 두둑을 하나 만들 수 있을까 의심이 들정도로 힘이 든다.
그사이 이국장은 도착을 했다.
내가 옥수수를 따보니 아니더라 아직 더 영글어야 할거 같더라, 탁자 위에 까 놓았으니 잘 보시오 했다.
아내는 그걸 보더니 어, 옥수수 잘 영글었네 하며 옥수수 밭으로 가서 옥수수를 몇 개 더 따왔다.
이게 뭐람, 내가 보기에는 아직 덜 영근 거 같은데 이삼일 더 있어야 될 거 같은데 아닌가 보다.
덥기만 하고 작업이 급한 것도 없고 우리 빨리 가자, 했더니 그러자며 오늘 아침은 옥수수를 쪄서 먹지고 한다.
아니 무슨 옥수수로 아침을 먹어 아직 영글지도 않은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대답은 알았어했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가 옥수수를 찌는 동안 나는 어머니 집 현관에 매트를 깔았다.
재단을 해서 맞게 잘라 깔아야 하므로 시간이 제법 걸린다.
옥수수는 별로 기대를 안 하면서 작업에 몰두했다.
새 매트 사다 놓고 사용 안 해 헌거 만들기보다는 빨리 깔자 싶었다.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서니 아내가 아침을 먹자고 말을 한다.
들은 척도 안 하고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다.
일명 내 작업실인 곳이다.
컴퓨터를 켜고 부팅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아내의 탄성이 들려온다.
와! 맛있다를 연말 하며 빨리 와서 먹으란다.
어라 쪄 놓고 보니 옥수수가 예쁘다.
제대로 영근 거 같다.
얼른 한 개 가져다 먹어보니 어라 맛있네, 올해 옥수수 먹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망치질해서 심은 옥수수, 망치질할 때만 해도 이거 될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는 아내는 아니 망치질해서 심은 옥수수가 이렇게 맛있네라며 싱글벙글이다.
이제 옥수수 농사 잘 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남들이 흉 많이 봤는데 그 흉도 다 거름이 된 거 같다고 벙글거리며 좋아한다.
이제 아내는 물론, 나도 잔치를 하겠지만 아내의 잔치는 정말 거창하게 시작될 거 같다.
농사를 지었으니 그걸 가지고 잔치를 해야 할거 같다.
어떻게 할 거지 하고 물었다.
일단 멀리 용인에 사는 손자에게 먼저 먹이고 잔치를 하자며 아들에게 전화해했더니 오후에 하겠다고 한다.
손자 놈이 워낙에 옥수수를 좋아한다.
더 멀리 인도네시아 아체에 있는 손녀 손자들에게는 마음만이다.
보낼 수도 없고 올 수도 없다.
마음 같아서야 온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쉽지 않은 거 같다.
그렇다고 싸들고 갈 수도 없고, 이런 아쉬움이 있다.
그다음으로도 생각나는 사람이 많다.
스티미언중에 아이들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 데리고 오면 옥수수도 따는 체험도 하고 좋을 거 같다.
엄마 아빠랑 같이 나들이해서 옥수수도 따보고 가지고 가서 맛있게 쪄 먹으면 좋겠는데 올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 손잡고 오는 스티미언이라면 무조건 환영한다.
우선 팥쥐네 아이들이 보고 싶다.
본지가 제법 되어 많이 컸을 거 같은데 이젠 그놈들도 내가 안 보고 싶은가 보다.
오면 자장면도 사주고 옥수수도 한 보따리 안고 가게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혹여라도 아이들 데리고 청평으로 놀러 올 수 있는 스티미언분들은 계시면 오세요 환영합니다.
날자로 8월 8일 전에 오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국장은 이야기해 보니 애터미 파트너 챙기기에 열심일 듯합니다.
참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입니다.
내가 얼마 전부터 이국장 이국장하는데 이국장이 이국장이 된 지는 몇 년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국장님이라 안 불러 줬더니 승진을 못해서 얼마 전부터 이국장님이라고 부르는데 듣기 싫으면 빨리 갈 거 같기에 그리 부르는데 내일은 이국장 이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한 번은 이야기를 풀어놓아야 할거 같기에 말입니다.
오늘 초복입니다.
맛난 거 많이 드시고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07/30
천운
@cjsdns, what a heartwarming glimpse into your day! Your story beautifully captures the simple joys of farm life, from the debate over the ripeness of the corn to the shared satisfaction of a successful harvest. I especially loved the vivid descriptions of your labor, pulling weeds and clearing the fields, and the sweet anticipation of sharing the corn with your family, including those far away.
The image of the perfectly steamed corn is truly mouthwatering! It's wonderful how you connected this personal experience to the Steemit community, inviting members and their children to enjoy the harvest. What a generous offer! This post is a fantastic example of how everyday moments, filled with love and hard work, can create engaging and relatable content. I'm already looking forward to hearing the story behind "이국장"! Thanks for sharing this delightful slice of life!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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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쥐님께 전달할게요. 읽으시려나 모르겠네요.ㅎㅎ
감사합니다.
쓰리쿠션 좋습니다.
혹시 손자 손녀 있으시면 손잡고 오세요.
도잠 님이 오신다면 옆집 아이 손잡고 오셔도 환영 그리고 감사일 겁니다.
아쉽지만 팥쥐님은 요즘 사정이 있어 힘들거 같고, 다른 가족들이 떠오르는데 8/8은 다른 스케줄이 있어 아쉽네요…
8월8일 날이 아니라 그 이전이면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