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에겐 컬트 같은...3
이방인에겐 컬트 같은...1, 2 에 이어서,
기독교의 천국처럼 불교가 깨달음을 강조하다 보니까 오히려 만만한 용어가 되어버렸다. 정작 깨달음이 뭐냐고 물어보면 해탈, 극락 세계 등을 답하지만 그것도 무엇이냐고 꼬치꼬치 캐물어보면 말문이 막혀버린다. 기독교에서 천국이 어떤 곳이냐고 물어도 마찬가지다. 종교인 대부분이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혹 마음의 안식이라고 답하지만 솔직히 마음의 안식 또한 먹고 사는 문제에서 명예와 이익의 잃고 얻음에 따라 오락가락하니 결국 삶의 질에 달려있다.
깨어 있게(깨달음) 되면 동요 되지 않습니다.
覺卽不動
명예와 이익의 얻고 잃음에 마음이 동요된다면 깨달음이 아니듯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이 동요되지 말아야 한다. 감각적 쾌락 뿐만이 아니고 공포, 두려움, 혼란스러움 등에도 동요되지 않아야 한다. 쉬지 않고 일어났다 사라지는 긍정적 부정적 마음의 모든 현상에 홀딱 빠져 있다면 동요된 상태로 그 마음의 현상에 곧바로 집착된 것이다. 쾌락도 집착이고 공포도 집착이고 분노도 집착인데 또한 집착의 족쇄에 채워져 마음이 움직이지 못하니 오히려 동요되지 않은 마음에 집착된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현상에 끄달려 공포심, 쾌락, 분노뿐이라면 그것은 깨달음이 아니고 어리석음에 집착된 것이다. 일종의 멍 때림이다. 공포에 멍때리고 쾌락에 멍때리고 분노에 멍때리다 다른 생각도 일어날 틈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깨달음은 언제나 동요되지 않고 깨어 있는 마음이다. 사마타(집중) 수행은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과 일체화되는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그 이미지 속에 녹여버리지만 그러한 상태가 궁극이 될수 없다. 나중에는 그 이미지마저도 집착하지 않고 일어나는 마음과 사라지는 마음을 언제나 바라봐야 한다.
여기 티베트 불교 수행법의 매력이 있다. 신비하거나 고상하거나 순수한 이미지를 주장하지 않는다.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에게서 평소에 발현되는 두려움, 섹스에 대한 갈망, 분노심을 명상 재료로 적절하게 응용한다. 나아가서 생의 마지막인 죽음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와 그에 반응하는 다양한 감정의 되먹임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여 부동심(不動心)에 대한 깨어있음을 훈련 시킨다. 궁극에는 동요된 마음이 안정되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동요되지 않고 평온한 마음이 유지되면서 매순간 일어나는 마음의 연속성을 관찰하라는 것이다. 자나깨나 당신 생각이 아니고 자나깨나 마음의 현상을 또렷하게 알아차려야 한다. 공포심이 일어나면 공포심이 일어남을 알고 이것이 환상임을 알고 이것이 사라짐을 알아야지 이것이 영원하다는 착각에 빠져서도 안된다.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 타라보살의 시험과 은총 | 룽타와 고도의 향기 콜라보레이션 | 라다크의 개그지들| 으르신 같은 영혼들 | 푹탈 곰파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 푹탈곰파는 아직 아니야 | 고산지대의 경고 | 관개 농법의 라다크 채소 농사 | 라다크에서 머피의 법칙이란? | 폐허 아닌 폐허 같은 | 라다크 농가의 낭만 | 생명 창발(Emergence)의 현장에서 | 그 많은 똥 더미를 누가 다 쌓았을까? | Shanti Stupa의 불상 배치 | 여정의 마지막 날 | 나의 라다크 심상(心想) | 라다크 여훈(餘薰) | 한달 늦은 라다크의 불두화(佛頭花) | 개승려와 개그지 | 먼지는 바람을 타고 | 쌍신(雙身) 수련에 대한 생각 | 날아보자규! | 라다크 농가 원형 | 소팔자가 상팔자 | 판공초 1)경계의 바람, 2) 고요함의 위력, 3) 와간운기도편(臥看雲起圖片) | 라다크에서 사귄 개와 고양이 | 불성(佛性)의 상징 | 시작은 해야하는데... | 간지나는 티벳 불교 | Expecting tangible place | 일출가시시권(日出可視時圈) | 마음 경계(心境)에 대한 소고 1 2 3 | 21세기 백탑청연(白塔淸緣) | 구루요가 | Hemis 마을의 사원 공동체 | 구루 린포체가 수행했던 곳 | 이방인에겐 컬트 같은...1, 2, 3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