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8.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호박오가리 같이 쭈그러들고 거미줄 같은 주름살이 얽힌 얼굴 때문인데, 외모는 적어도 칠십을 바라보는 노인이었다.
탕건 밑에 비어져 나온 머리칼은 반백이었으면 성긴 수염과 눈썹은 가늘게 무두딜 해 놓은 모시올 같았다.
구름도 없는 하늘은 텅 비어서, 다만 들판쪽으로부터 노랫소리가 메마른 바람에 실리어 들려오곤 했다.
- 토지 1부 1권 10장, 주막에서 만나 강포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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