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돈에겐 고집이 있다
낯가림도 심한데다
외로움도 많이 타는 편이다
돈은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따뜻한 품을 좋아한다
아랫목에 나란히 다리를 뻗고 누워
소곤거리다 날을 새기도 한다
돈이 많은 사람과 만나면
이미 자리잡은 돈들과
오래 된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며
서로의 체온을 껴입고 외로움을 견딘다
그만큼 외로움을 많이 타는 까닭에
혼자 떨어지는 것을 싫어 한다
오늘 돈이 없는 사람은
내일도 가난하게 살 것이다
목걸이처럼 서로 손가락을 걸고
내일을 모른다는 사람과는
잘 사귀지 않는 편이다
듣는다는 것/ 문정영
비 고인 곳은 낮은 자리다
조금 높은 곳은 마르고 약간 낮은 곳은 젖어 있다
고여 있는 뒤안길 걸어가면서
나는 조각하늘과 나무눈과 지는 꽃잎 이야기를 듣는다
고인다는 것은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듣는다는 것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비의 소리 담가 두면
어느 사이 잔잔해진다
그때 들으면 비의 음절 하나하나가 보인다
본다는 것도 듣는다는 것이다
비가 묻혀온 세상 듣는 것이다
하늘이 내는 소리도 거기 속한다
나무나 꽃도 낮은 자리에서 들으면 들린다
길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듣는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what a beautifully evocative piece! "돈에겐 고집이 있다" really resonated with me. The personification of money, giving it quirks and a need for companionship, is such a clever and insightful way to explore our relationship with it. And then, pairing it with 문정영's poem about listening... brilliant! The connection you've drawn between money, loneliness, and the power of listening in 낮은 자리 – it all speaks volumes.
The image you've chosen perfectly complements both the poem and your thoughts. I'm left contemplating the deeper meaning behind both pieces. What do you think, community? How does this poem speak to your understanding of money and connection? Let's delve deeper!
돈……. 없으면 큰일인데…. 묶여 사는 건 싫고요.
돈은 필요한데 지배를 받고 살 수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