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44.

in #steemzzang1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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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지난해 아들을 열병에 잃고 과부가 된 철부지 며느리를 데리고 고추밭에 나온 김진사댁 부인은 선비집의 가난을 으레 그러려니 살아왔었고 엄격한 법도는 오랜 습관으로 거의 생리가 되다시피, 외간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는 것은 더 없는 수치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바위 틈새에 자라난 여윈 소나무에 보다 많은 솔방울이 매달리는 것처럼 그렇게들 많이 낳은 자식들 중에 한두 명이라도 남아 절손이 되지 않는다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농민들이었다. 마마에 죽고 홍역에 죽고 열병에 죽고, 거적이 말이 산에 갖다 버리면 잊어야 하고 또 잊어진다.

네 식구 먹을 만큼 보내온 떡을 제갸끔 흉년 만난 들쥐처럼, 굶주린 이리 가족처럼 으르렁대기라도 할 듯이, 조금이라도 제 입아만 많이 넣으려고 경쟁이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2장, 자수당(子授堂)의 정사(情事)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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