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했을까

in #steemzzang1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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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했을까>

---김 이 듬---

베개가 왜 네 개나 될까

호텔 싱글베드에

베개 가득한 이유를 모르겠어

분명 투숙객은 나 혼자인데

왜들 이러는 거야
이봐, 세 사람
너희는 누구야?

어쩌자고 내 방에서 싸움을 벌이는 거야
베개 던지며 거위 털 날려 가며

제각각 다른 외모와 성별 다른 세계관 다른
별자리
똑같은 감자는 없는 법

독이 든 부위만 잘라내면
무해하다고 했지

여긴 상자 속 같아

주차장 뷰 호텔 방에
베개는 왜 이리 많고
잠은 또 왜 이리 대성당처럼 멀리 있을까

너무 무거워서 열리지 않는 잠의 녹슨 철문

성당으로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 취소하고

창문을 연다
창문이 있지만 열리지 않는다

호텔의 방침인가

창 없는 고시원에서 살았던 시절

네가 벽에 그려 줬던 창문
창가엔 베고니아까지

가짜 창문 아래 감자들
네가 두고 간 상자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썩는 줄 알았는데
마구 싹이 났었어

나는 상자 안에서
내 작은 세계의 싹을 틔우는 건데
잘라 내라고 한다
독성이 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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