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했을까
<나는 사랑했을까>
---김 이 듬---
베개가 왜 네 개나 될까
호텔 싱글베드에
베개 가득한 이유를 모르겠어
분명 투숙객은 나 혼자인데
왜들 이러는 거야
이봐, 세 사람
너희는 누구야?
어쩌자고 내 방에서 싸움을 벌이는 거야
베개 던지며 거위 털 날려 가며
제각각 다른 외모와 성별 다른 세계관 다른
별자리
똑같은 감자는 없는 법
독이 든 부위만 잘라내면
무해하다고 했지
여긴 상자 속 같아
주차장 뷰 호텔 방에
베개는 왜 이리 많고
잠은 또 왜 이리 대성당처럼 멀리 있을까
너무 무거워서 열리지 않는 잠의 녹슨 철문
성당으로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 취소하고
창문을 연다
창문이 있지만 열리지 않는다
호텔의 방침인가
창 없는 고시원에서 살았던 시절
네가 벽에 그려 줬던 창문
창가엔 베고니아까지
가짜 창문 아래 감자들
네가 두고 간 상자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썩는 줄 알았는데
마구 싹이 났었어
나는 상자 안에서
내 작은 세계의 싹을 틔우는 건데
잘라 내라고 한다
독성이 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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