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you (76)in #steemzzang • 12 hours ago섬은---문 인 수--- 그리움으로 떠 있다. 어제는 일몰 아래로 너를 묻었다. 거듭 거듭 묻었다. 나는 그리 밤새도록 돌아누웠다. 그 밤바다 파도 소리 다 걷어내고 너는 그리움으로 떠 있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yesterday뿔---신 경 림--- 사나운 뿔을 갖고도 한 번도 쓴 일이 없다 외양간에서 논밭까지 고삐에 매여서 그는 뚜벅뚜벅 평생을 그곳만을 오고 간다 때로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보면서도 저쪽에 딴 세상이 있다는…hansangyou (76)in #steemzzang • 2 days ago버마재비 사랑---복 효 근--- 교미가 끝나자 방금까지 사랑을 나누던 수컷을 아삭아삭 씹어 먹는 암버마재비를 본 적이 있다 개개비 둥지에 알을 낳고 사라져버리는 뻐꾸기의 나라에선 모르리라 섹스를 사랑이라…hansangyou (76)in #steemzzan • 4 days ago산으로 간 물고기---김 정 희--- 산중 절간에 물고기를 본다 두 눈 부릅뜨고 바람의 경전을 듣고 있다 '잠들지 마라' 딱딱한 비늘의 저 물고기 보드랍고 빛나던 속살은 뉘게 다 내어주고 속 빈 몸뚱어리로 남은…hansangyou (76)in #steemzzang • 4 days ago숲---조 오 현---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산은 골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고 나무는 겉껍질 속에 벌레들을 기르며hansangyou (76)in #steemzzang • 5 days ago엄마---김 완 하--- 첫돌 지난 아들 말문 트일 때 입만 떼면 엄마, 엄마 아빠 보고 엄마, 길 보고도 엄마 산 보고 엄마, 들 보고 엄마 길옆에 선 소나무 보고 엄마 그 나무 사이 스치는…hansangyou (76)in #steemzzang • 6 days ago몸---나 태 주---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닦아 주고 매만져 준다 당분간은 내가 신세 지며 살아야 할 사글세방 밤이면 침대에 반듯이 눕혀 재워도 주고 낮이면 그럴듯한 옷으로…hansangyou (76)in #steemzzang • 7 days ago아침---강 은 교---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또 한 슬픔이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hansangyou (76)in #steemzzang • 8 days ago마음---김 광 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hansangyou (76)in #steemzzang • 9 days ago감잎차를 마시며---정 태 욱--- 초엿새 초승달 잠긴 소반 위 감잎차 한 잔 감나무 잎에 빛나던 달빛 생각난다 새벽까지 그 밤 바라보던 눈빛도 떠오른다 내 생애가 건너온 강 건너 아직도 큰 키로 서…hansangyou (76)in #steemzzang • 10 days ago남이섬 가는 길---한 상 유--- 일렁이며 저녁 햇살 마냥 수런대고도 읍에서 품 너른 강줄기에 안기는 풍경 중에, 갸웃갸웃 비둘기호가 다다르던 소싯적 의 역사 서편으로 스무 살인 양 키들대며 광장을 지나…hansangyou (76)in #steemzzang • 11 days ago초혼---김 소 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hansangyou (76)in #steemzzang • 12 days ago야상곡---한 상 유--- 별빛은 공간과 순간과 조우하다 바위를낳고 나무를 낳고, 우러러 두 눈에 반짝이며, 흐뭇한 우연을 빙자한 밤길 위에 온새미로 쏟아지니 풀 그림자에 감겨 자빠진 김에…hansangyou (76)in #steemzzang • 13 days ago지금은 우리가---박 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14 days ago매듭---오 은 경--- 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15 days ago음악---이 성 복---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hansangyou (76)in #steemzzang • 16 days ago9월---고 영 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져 있었다 수로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hansangyou (76)in #steemzzang • 17 days ago바다의 꿈---권 영 진--- 바다와 육지가 만나듯 만나기는 만난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아픔을 아는가. 부딪치는 파도를 무심한 파도를 끌어안는 고통을 아는가. 끝내 바위는 은빛 모래가…hansangyou (76)in #steemzzang • 18 days ago파도---조 오 현--- 밤늦도록 불경을 보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 그 만론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19 days ago바람 나그네---문 현 미--- 바람결에 언뜻 눈물 없는 소리 울음을 들은 적 있는가 흩어졌다 다시 몰려 쌓이는 수천 겹 바람의 지층 얼마나 가파른 어둠의 협곡을 넘어왔을까 쏴아- 쏴아- 아우성치며 온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