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215

2025.8.9 (토)

요즘 4대강 사업 이야기가 간간히 들린다. 최근 개봉한 최승호 감독의 '추적' 이라는 영화 때문인 것 같다. 최승호 감독은 17년간 4대강을 추적했고 그 내용을 영화로 만들었다. 여름철 낙동강 녹조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에서 녹조에 의해 독소가 검출된다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이것도 정치적으로 의견이 극명하게 나뉜다. 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보수 진영은 가뭄과 홍수예방에 이점이 많다고 하고 진보 진영은 최악의 토목공사, 환경문제 유발을 비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재자연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도데체 어느쪽 이야기가 맞는걸까. 나는 혼란스럽다. 그래서 팩트가 뭐냐고요.

일단,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수침체가 심각했고, 2000년대 중반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했으며, 반면 태풍 때마다 반복되는 홍수문제도 심각했다. 이를 한방에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22조원의 공공투자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보건설을 통해 물 저장량을 늘려 가뭄을 대비하고, 준설과 제방보강을 통해 홍수피해를 줄이고자 했다. 4대강 사업의 목적은 명확하고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명확한 목적, 방향설정 까지는 좋은데, 빨리빨리 졸속추진이 문제가 된다.
우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구체적인 비용편익 분석이 되지 않았다. 나라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편익보다는 빨리 자본 투입해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그로인해 공사이후 유지관리비가 계획보다 높고, 실제 관광으로 인한 지역활성화, 홍수예방효과 등도 너무 과대평가 되었다.
두번째는 환경문제다. 나는 사실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환경영향평가도 6개월 안에 진행되었다. 환경영향평가는 주변 생태계 조사와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을 분석하는데, 6개월 만에 환경영향검토와 정부승인이 다 마무리 되었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보인다. 나도 해외에서 비슷한 일을 한 경험이 몇 번 있다. 보통 환경보고자료 만들고 정부기관 검토까지 마무리하는데 1~2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빨리빨리 한국은 다를 수도 있고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 처리속도가 월등히 빠를 수도 있겠지만, 22조원 규모의 공사를 6개월 만에 검토한다는 건 좀 많이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그래서 결국 생태계 데이터 충분하지 않았고, 수질개선 효과도 예측과 달랐으며, 홍수방지 효과 기대 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은 금융위기 극복과 경제 부양과 같은 단기성과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 때문에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경제적, 환경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수질은 악화되고, 생태계는 파괴되고, 보에 대한 장기적인 유지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결정한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나 급한 마음에 충분한 경제적, 환경적 검토없이 이 사업이 추진되었고, 이렇게 큰 예산을 쓰고도 오히려 우리나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인 것 같다.

그렇다면 잘못된 사업이니, 무조껀 다시 원래대로 재자연화 (보해체 등)이 추진 되는 것이 맞을까. 이전 정부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이재명 대통령도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검토하고 추진하길 바란다.

^{마이크로시스틴 독성물질 검출되는 낙동강 (출처: 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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