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찾는 이유 -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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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언젠가부터 들었던 생각인데,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재미있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던 게,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일부 특성에 한정해서 비교해 보자면 과거 노예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의 노예는 비자발적으로 일을 했고, 현대의 우리는 자발적으로 일을 하지만, 그 본질은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써 일을 하고 있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기간을 한 달, 6개월, 1년 이렇게 설정해 놓고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현재 내가 누리는 평소의 생활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일을 하고 있다는 건 그저 강요된 생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화두가 되는 말이 바로 경제적 자유인 것 같다.

나도 실은 경제적 자유에서 벗어난 삶은 살고 있진 못하지만, 경제적 자유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번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먼저 경제적 자유는 내가 보내는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대학 1학년 때 배운 교양영어 시간이 생각난다. 그 당시 읽었던 글에서 대학생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써 놓은 내용을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탐색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자연환경에 대한 탐색의 시간을 보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집에 고3 조카들이 이제 셋이나 와 있다. 녀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가장 큰 고민이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 즉, 직업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상적으로 생각해 볼 때 좋은 직업이란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즉 자아성취가 가능한 그런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직업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아이도 있다.

사실 대학에서 전과를 한다거나 다시 입시 준비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일찍 결정하면 다행이지만 뒤늦게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더 일찍 자신에 대해 탐색하고 고민할 시간이 있었다면, 그리고 자기 주변에 대해 돌아볼 시간이 있었다면, 뒤늦게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느라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서 또 지나진 않았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돌아가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그 길을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현실적 제약이 된다.

어찌 보면 청소년 시절에 자아에 대한 탐색을 온전히 끝내고 대학 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제대로 찾아 그 길을 밟아나간다는 이상적인 과정이 들어맞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알게 되고, 자기 주변의 사물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게 되고, 작게는 인간사회, 크게는 자연생태계에 이르기까지 관찰과 사색, 그리고 책이나 영화, 드라마, 미술, 음악 등 여러 가지의 영향을 받으면서 가치관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아주 많을 것이다.

20대와 40대가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지 생각해 보면 정서적인 면만 고려하자면, 감정적으로 조금 더 억제를 잘한다는 측면 외에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지식과 기술이 상당히 달라지겠으나 근본적으로 즐거운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두 연령대 모두 제대로 해결했다고 보긴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즐거움을 얻는 데는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스카이캐슬의 어느 중학생이 이야기한 것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등의 생리적인 즐거움도 있을 테고, 스포츠나 예술활동을 통한 신체적 즐거움도 있을 것이고,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이루어지는 육체적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영화를 보며,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며 얻는 정신적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능동적인 즐거움도 있을 것이고, 수동적인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워낙 즐길거리가 많은 탓에 남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즐길거리만 즐기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이 모든 것들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경제적 자유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주어지기 힘들다. 소득은 분명 늘었으나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고, 비교대상이 되는 타인이 있고, 다른 이들의 시선과 나 자신의 자존심 등이 결합해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도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듯하다.

나도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 그리고 그 자유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자유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제대로 그 시간을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가 내게 다가오더라도 또 다른 욕망과 욕심이 생겨 그 자유를 잃고 더 큰 물질이 내게 자유를 줄 수 있다며 또 달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것은 분명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적 발전을 이룬 곳에서 살아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축복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최소한 누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게 경제적 자유가 없다는 건 사실 어찌 보면 나 스스로가 옭아 맨 현실적 욕망 때문에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주말의 소중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잡설을 끄적여놓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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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자주 글을 쓰시더니
이제는 좋은 글을 많이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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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대다수의 인류가 누리지 못하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지 않을까요?
비록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고 있다고 느낄지라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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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

저는 경제적 자유보단 육아의 자유를 얻고 싶습니다 !!!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는 못했습니다. 아이 키우는 일이 힘든 건 아는데...

좋은글입니다. 현실적 욕망도 있겠지만 알고는 있지만 사회적 관계(?) 때문에 어쩔수 없이 시간을 팔아 경제를 사는 일의 반복도 한 몫한다고 생각되네요.

그렇지요. 동의합니다~

사람마다 욕심에 차이가 있겠죠^^
저도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네요 :)

저두요 ㅋ

지속가능한 반 백수 생활을 위해 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
즐거운 월요일 화이팅하세요!!

아~ 그런 책이 있군요 ㅋ 지속가능한 반 백수 생활. 성향에 따라 그런 유의 삶을 추구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ㅋ

요즘 고등학생들 보면 슬픕니다.
집에 작은 놈이 이제 고 3 인데 잘 하지도 못하는 공부를 하려고 힘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려고 하지만 어짜피 누릴 수도 없을 듯 하고, 현실에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라고 해야 겠습니다.

후자도 정답일 것 같고, 주체적 욕망을 꿈꾸며 노력하는 것도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젊을 때는 치기어린 마음에 경제적인 걸 무시하기도 했는데, 나이가 드니 그게 참 큰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요. 경제적인 부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임에는 분명하지요 ^^

경제적 자유 중요하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하면서 돈을 버는게 가장 행복한 일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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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공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