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추억이 서려 있는, DMZ 평화의길 18코스를 가다-3 자등리(自等里)

젊은 날의 추억이 서려 있는, DMZ 평화의길 18코스를 가다-3 자등리(自等里)

소위로 발령받아 전방 5군단에서의 근무는 딱 1년뿐이었지만 실로 여러 직책을 맡았다. 처음 배속된 곳은 군단사령부 통신대대 장비반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환소대장, 회로통제장교, 금성통신 1개월 교육, 육군본부 3개월 파견교육을 거쳐 군단TOC교환기 설치 감독을 맡아 방카를 완성하고 예하부대 통신장교를 대상으로 교육하던 중 육군통신학교로 발령받으며 부대를 떠나게 되었다.

아마 전혀 예상치 못한 후방으로의 전출(轉出) 받은 그날이 내 인생에서 제일 기쁜 날이었을 것이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느낌이 이러할까? 복받치는 기쁨을 참을 수 없어 이동 계곡을 남몰래 폴짝폴짝 뛰어 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한편 같이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선배, 동기들에게 은근 미안하기도 했다. 어떻게 전출사실을 알릴지가 걱정도 되었다.

특별히 짐이 될 만한 것도 별로 없었지만 공병부대 근무하던 선배가 만들어 준 꽤 무게 나가는 스피커 통과 청계천에서 구입했던 소니 녹음기, 직접 만든 앰프는 통신학교까지 가지고 와 제대 때까지 사용했는데 어떻게 운송했는지 기억에 없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책으로 얻는 간접경험과 실제 경험 간의 차이를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음에도 부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했던 나는, 청계천에서 중고 트위터를 구입해 스피커 통에 넣으면서 시중에 판매하는 저역 차단용 콘덴서를 사용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음질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P77 무전기에 사용되는 2uF 콘덴서를 구하여 시험 삼아 연결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환상적인 음질 변화를 경험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 소리를 잊지 못해 그 콘덴서를 찾아다녔지만, 다시는 발견할 수 없었다. 동일한 용량이라 기계적인 특성은 같을지라도, 어떤 부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경험이었다.

자등리(自等里)

강원도 철원군 서면에 속하는 2개 법정리 중 남쪽에 위치한 법정리이다. 북쪽으로 철원군 서면 와수리, 동쪽으로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 남쪽으로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서쪽으로 철원군 갈말읍 문혜리와 접하고 있다.

1629년(인조 2) 김화 고을에 부임한 황후영 군수가 상해암 마루터에 올라 남녘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무슨 곡절이 있는 것 같다며 ‘붉을 자(紫)’, ‘등 등(燈)’ 자를 써서 자등(紫燈)부락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명칭이 스스로 자(自), 무리 등(等)으로 바뀌었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38도선 이북에 위치하여 북한 지역에 속하게 되었으나, 1953년 휴전협정으로 남한 지역으로 수복되었다. 산지가 많은 지역으로 오미자, 당귀, 작약 등 약초와 콩, 느타리버섯 등 주로 산지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