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줘. 엄마 좋아.

in #kr6 years ago (edited)

49개월 5살 큰아이는 아직 말을 못합니다. 두 살 때까지만 해도 그냥 말이 느리다고만 생각했고 전문가의 진단도 받아봤습니다. 전문가는 아이가 전혀 자폐가 아니며 그냥 느린 거라고 했습니다. 저를 닮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똑같은 큰아이였기에 '나도 말이 느렸나?' 싶어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넌 말이 느리진 않았어. 그냥 말을 안 했지.' 라고 하셔서 그냥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36개월이 지나도 말을 못하면 언어지연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병원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혹시 모를 유전자 분석을 위한 피검사와, 뇌 촬영까지. 검사는 1박2일을 했고 아이는 발달지연 진단을 받았습니다. 자폐에서 딱 1점 모자랐지요. 그렇게 아이의 언어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유전자 검사는 미국에 피를 보내서 분석하는 것이고요, 3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여러가지 다양한 검사를 했고, 비용은 본인부담 150정도 나왔습니다. 다행히 태아보험을 가입해뒀기에 대부분의 금액을 보험사에서 환급받았습니다. 말이 늦는 아이를 둔 부모님께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알려드립니다. 그 후로도 지난 1년 동안 주4회 언어치료를 했으며 비용은 모두 보험사에서 보장받고 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바우처 신청해서 치료센터에서도 별도로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합하면 주 6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더이상 아이를 봐줄 수 없다며 집으로 돌려보낸 날이 생각납니다. 작년이네요. 아내는 그날 펑펑 울었습니다. 어린이집에도 보낼 수 없는 아이. 그 아이의 치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날이죠. 그렇게 시작한 아이는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엄마, 아빠 외에는 어떠한 말도 안 했던 아이가 '네'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엔 이름을 불렀을 때만 '네'를 했지만 점차 무언가를 말하면 '네'라고 대답하기까지 발전했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지 1년이 되가며 '물' '줘' '시러' '아냐' '좋아'도 하기 시작했고 '일이삼사오유치파구십'도 하더군요. 기분이 좋으면 '좋아'라고 했고, 하기 싫은 걸 시키면 '아냐' '시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두 단어를 잇는 말을 못했습니다.

지난주 일입니다. 저는 매일 하루 3번 아내와 통화를 하는데요, 점심 먹고 저녁 먹고 퇴근할 때 이렇게 세 번 전화합니다. (개발직이라 맨날 야근함.) 저녁을 먹고 전화를 했는데 아내가 울고 있는 겁니다. 저는 또 아내가 큰애 때문에 속상해서 운다고 짐작했습니다. 발달지연 진단을 받고 1년 동안 많이도 울었거든요. 아내가 울면서 하는 말 '자기야, 민준이가 말을 했어. '고기 줘'라고 문장으로 말했어. 우리 민준이가 문장으로 말했어.'라고 펑펑 울었습니다. 저도 가슴이 북받쳐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네요.) 너무 기뻐서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리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습니다. 친척들에게, 교회에...

어제는 백만년만에 칼퇴근을 했습니다. 아내가 많이 우울한 것 같아서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가 또 울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민준이가 엄마 좋아라고 했어. 엄마 좋아.' 아~~~ 얼마나 기쁘던지요. '그냥 엄마 좋아가 아니라 '엄마~~ 좋아~~' 이렇게 부드럽게 말했어.'라며 좋아하는 아내. 1년의 언어치료가 이제야 빛을 보나 봅니다. 이제 말을 시작한 큰 아이. 너무 예뻐서 꼬옥 끌어안았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랑 잡기놀이 하자고 도망가는 아이. 어쩜 이렇게도 예쁜지요. 부모가 돼보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다더니 이제야 저도 아빠가 되어가나 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아들이 제게 아빠를 선물해줬거든요.

보통은 말이 늦은 아이는 말이 터지면 빵 터진다고들 합니다. 울 큰아이의 말이 빵 터져서 발달지연 꼬리표를 뗄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나중에 크면 '너 어렸을 때 말을 못해서 어린이집에도 못 보내고 엄마가 날마다 울었다'고 놀려줄 날을 기대해봅니다. 참, 26개월 둘째 아이는 말을 엄청 잘합니다. 알파벳과 가나다라까지 다 하고 숫자도 10까지 기수와 서수를 다 말합니다. 웬만한 동요도 다 외우고 있는데요, 아마 백여곡 정도 외우고 있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 천재 아니냐고 합니다. 둘째는 엄마를 닮았어요. 제 아내가 외우는 건 기가막히게 잘 하거든요. 저는 반대로 외우는 걸 못합니다. 참 잘 만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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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와우~~ 짱짱맨 짱짱입니다. ^^

짱재밌는 @naha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황홀한 @yann03님이 그러는데 정말 분위기있는 일이 있으시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축하드려요!! 기분좋은 날 맛좋은 개껌 하나 사드시라고 0.4 SBD를 보내드립니다 ^^

와우~~~ 고맙습니다. ^^

옛날에는 그냥 때되면 한다고 넘어가던 것드이 나름 체계적으로 검사를 하고 치료도하고 ~ 많이 좋아진것 같아요. 그래도 나중에 웃으면서 너참 많이 늦었써라고 말해줄 날이 오겠죠.

너 참 많이 늦었다고 말해줄 날이... 어서... 오길... 희망해봅니다. ^^

저도 부모인지라 읽다보니...
웃으며 지난 이야기 할 날이 올겁니다.

웃으며 '네가 이랬어.'라고 말할 날이 올 거라 믿어요. 그때까지 힘낼게요. ^^

조금씩 나아져서 다행이네요 ㅎㅎ

네.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

1년간 마음고생하신게 빛을 바랬네요!!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꼭 나아질 거라 믿어요. ^^

저번에도 글을 봤는데 ..읽는 저도 울었네요 ^^;;;;;
이제 아빠좋아 까지 하면 얼마나 우실려고 그러세요 ^^
기다리면 다 하는 거 같아요 화이팅 !!(저희 아들도 굉장히 느렸답니다.^^)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어서 말이 터져서 수다스러워졌으면... ^^

가슴을 울리는 글이네요..
저희 1호도 말이 좀 느려.. 언어치료를 받았지요..

태교도 잘 못하고 서울이란 외딴곳에서 엄마랑 항상 둘이서만 있고.. 말많은 엄마도 아니었거든요..

아이가 말을 잘 안하는게 내성적이라 그런건줄 알았는데..

어휘력이 부족하다보니.. 더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아이가 물이라고 이야기 할때 바로바로 엄마가 다 해주면 어휘가 늘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물하면 물?? 물 어떻게 해줄까? 라며 자꾸 이야기하고 말걸어주고.. 언어치료 받으니 조금씩 늘어가더라구요..

옆에서 믿어주며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그러다 보면 아이도 따라와줄꺼랍니다..

저도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언어치료실에 갔을때 더 마음이 몸이 아픈아이들이 많아서.. 이정도도 감사하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아무쪼록 엄마가 굳건해야합니다^^ 아내분께도 잘하고있다고 아낌없는칭찬해주세요.. 하염없이 아이만 바라보는 걱정어린 엄마에게도 남편의 응원이 필요하답니다.. ^^**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아~~~ 좋은 말씀 고마워요. 꼭 그렇게 해볼게요.
저도 말이 적은 편이라 아이에게 말을 잘 안했거든요.
노력해야지요. 미흡하더라도. ㅠㅠ

첫째가 언어에서 조금 느렸던거네요.
그동안 노력으로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에요.
이제 말을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기대해야죠~!

네. 저는 느린 거라고 생각해요. 그저 느린 거라고. 장애 아니라고. ^^

아~~~ 글 읽고 있는 저도 뭉클해지네요 ㅠㅠ
저희 애도 말이 느려서 영유아 검사때 추적검사요망까지 떴었네요~
다행히 36개월쯤부터 말이 트여서 지금은 잘하지만요~
큰애도 곧 말이 빵!!!하고 트일거예요~~ 그때까지 조금만 더 힘내세요~!!!

영유아검진때 좀더 신경쓸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36개월부터 시작한 치료이니 늦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곧 말이 빵 터지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