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사하기로 결심했다.

in #kr6 years ago

문제해결 과정


지난 글에 적었던 이태리에서의 빡침사건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최대한 간략히(?) 적어야겠다.

호텔로 온 경찰들은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 만약 나랑 그 기사랑 합의를 본다면 내가 경찰서에 갈 필요가 없지만, 합의를 하지 않으면 나도 경찰서에 가서 정식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댄다. 나는 ”절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합의는 더더욱 할 생각이 없고.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두시간정도 조사를 받았다.

물론, 경찰서 가기 전에 호텔 근처의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서 다리랑 팔, 손 엑스레이 찍고, 찰과상 치료도 받았다. 통역을 위해 호텔직원이 한 명 따라왔는데, 그 직원이 병원에다가 말을 미리해놨는지 생각보다 덜 기다리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검사 결과 엑스레이 상으로는 명확하게 안 보이지만, CT 를 추후 반드시 찍어봐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해당 병원에서는 주말동안 CT 를 찍지 못한다는 설명과 함께. 아무래도 내가 몇달전에 다리뼈에 금 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그런 애매한 소견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난 굳이 그 설명을 병원측과 호텔측 직원에게 하지 않았다. 그때엔 내가 좀 더 많이 다친 상태여야 내가 택시기사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너무 못됐나…? 그 당시엔 그게 정의라고 굳게 믿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니 좀 못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CT 는 내 예상대로 아무 이상 없다는 소견이 나왔으니 그 기사에게 어마한 피해를 준 건 아니다.) 그리고 병원비는 다 해서 500유로 정도 나왔는데, 일단 호텔측이 병원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 병원이었으면 어마어마하게 비용이 나왔을텐데, 이태리 병원은 의외로 병원비가 쌌다.)


경찰이 나한테 물어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국적과 현재 거주하는 국가, 회사 이름, 내 재직 사실을 입증해줄 수 있는 회사 내 contact number, permanent 집 주소, 이태리 내의 주소 등등. 그 이후에는 택시를 타기 직전부터 경찰이 도착할때까지의 사건 개요와 함께 내 주장을 입증해줄만한 증거 및 목격자를 요구했다.


나는 내가 식사를 한 레스토랑 매니저와 택시를 잡아준 호텔 벨보이가 택시 타기 이전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말했고, 목격자로는 경찰서에 함께 동행한 내 ex-회사동료 님을 지목했다. 경찰은 나한테 택시 타기 이전 상황을 자꾸 물어봤는데, 내가 택시를 맨 정신으로 탔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술을 마신 상태로 택시를 탔으면, 목적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횡설수설 했을테고, 그러면 택시기사가 길을 빙빙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술에 취한 상태이면,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내가 기사를 위협한다고(ㅋㅋㅋㅋ)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그렇게까지 파고든 이유는 내가 증거로 제출한 레스토랑 영수증에 와인 1병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일테다. 혼자 1병을 마셨으면 당연히 취해있었을거라 생각할테지. 그런데… 난 와인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거. 내가 컨디션 문제로 술을 못 마시게된지 거의 8개월 가까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와인을 바틀로 시켰냐면, 그냥 그러고 싶어서 ! 내 맘이다. 난 원래 술 좋아한다. 더군다나 그런 음식점에서 먹으면서 물만 마시는건 왠지 싫다. 그래서 바틀로 하나 시켜서 장식용으로 한 잔 따라놓고, 나머지는 주방이랑 내 테이블을 담당하는 서버한테 다 줬다. 경찰이 레스토랑 매니저한테 물어보면 내 테이블에 따른 한 잔도 그대로 남겼다고 증언해줄테니, 난 당당했다.

택시 타기 이전 상황을 설명하고 나니, 그 이후엔 일사천리였다. 워낙 목격자 증언도 명확하고 목격자 신분도 탄탄하니, 두 시간안에 모든 조사가 다 끝났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나한테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i) 만약 택시기사랑 합의를 하면, 그 기사는 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함은 물론이고 최소 이틀동안 택시 영업을 못한다.
ii) 하지만 만약 택시기사와 합의를 안 하면, 조사가 완료될때까지 난 병원비를 못 받는 건 물론이고 내가 이태리를 떠날때에도 로마공항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단다.


난 당연히 합의를 안하는 입장이었지만, 공항에서 출국할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니 좀 고민이 됐다. 난 당장 그 다음날 다시 출장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래서 일단은 합의를 안 하고 변호사한테 물어보고 경찰한테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회사 서울오피스 법무팀에다 sos 를 쳤다. 그랬더니 그쪽에서는 이태리 법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단다. 그리곤 회사 이태리 오피스에다가 지원요청을 하겠지만, 주말이어서 연락이 곧바로 될지는 모르겠단다. 더군다나 이게 회사 업무 중 (= 출장 중)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내가 출장지를 벗어나서 개인 행동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서울-로마 오피스 간 비용처리 문제도 골치아프다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내 소중한 목격자님이 도움을 주셨다. 회사 밀라노오피스 변호사와 연결해줄테니 ex-회사 출신으로서 맘껏 alumni 혜택을 이용하라는 거였다 ! 그 분 날개없는 천사인 줄…. ㅠㅠㅠㅠㅠ 변호사와 상담 끝에 내 대리인으로 확실한 로마 내 contact 이 남아있으면, 내가 공항에서 출국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내 ex 회사는 이태리 내에서 밀라노오피스 밖에 없기 때문에 로마 내 contact 을 찾아야 한다는건데… 결국 내 대리인으로 ex-회사의 밀라노오피스 변호사와 현 직장 로마오피스 법무팀 head 를 동시에 선정하고, 그 주말동안 내 대리인은 ex-회사 변호사가 하고, 이후에는 내 회사 로마 오피스 법무팀에게 일을 넘기겠다고 했다. ex-회사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목격자님이 그 정도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진짜 결론 !


결국 그 택시기사는 내 병원비를 비롯해서 한국으로 돌아오고나서의 CT 비용, 법무팀 수당, 병원 검사 및 진료 때문에 허비한 시간을 내 연봉의 시간당 액수로 계산해서 부담하게 되었다. 그리고 패널티가 부과된단다. 그 패널티가 쌓이면 택시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전해들었다.

사실 내가 더 강하게 나갔으면 그 기사가 좀더 센 처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태리를 떠나서 출장 일정이 시작되고나니 로마에서의 일은 뒷전이 되었다. 그리고 사실 나도 그렇게 다치진 않았고. 사고 당시에는 좀 절뚝거렸는데, 아마도 타박상 및 근육이 놀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일정 수준에서 합의를 봤다.

덧, 결국 난 그 기사한테 택시비로 70유로를 줬다. 이태리 법규 상 미터기에 나온 금액은 무조건 줘야 한단다. 이런 법도 존중해야한다니. 대다나다. ^^ 그리고 그 기사는 합의금액을 아직까지 20% 정도밖에 안냈다고 하는데, 뭐… 그럴수록 그 사람한테만 손해니깐. 합의시일 이후의 미지급 액수에 대해서는 이자가 붙고, 최종 합의시한 전에 합의금액을 내지 않으면 그 다음엔 소송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이전 직장의 이태리사람들도 그렇고 현재 직장의 이태리 직원들 보면 항상 놀기 좋아하고 일도 회사 전체의 par 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일은 똑부러지게 하는 걸 보고 조금 놀라긴했다.


하지만 그 택시기사는 이제 다시는 그와 비슷한 행동을 못 할 거라 생각한다. 합의한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이후에는 감히 시도조차 못하겠지. 나같은 승객 만날까봐.


혹시 추후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하게 되었을 때, 도움이 될 만한 팁.


1. 영어는 잘할수록 좋다. 또는 적극적으로 항의할수록 좋다.

세계 어디를 가든 영어를 잘하면 최소한 일정 수준의 대우는 받는다. 이번 택시기사가 왜 처음에 날 쉬운 타겟이라고 생각했는지 고민해봤다. 지금껏 세계 그 어느 곳을 가도, 그 정도로 날 뜯어먹으려는 시도를 한 사람은 없었는데 말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 택시기사는 내가 영어를 못하는 걸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택시를 탄 순간부터 호텔까지 한마디도 영어를 한 적이 없었다. 택시가 오기전에, 택시를 잡아주는 벨보이가 내 목적지를 물었고, 그 벨보이가 나 대신 택시기사한테 내 목적지를 이태리어로 말해주었다. 그래서 난 영어를 쓸 일이 전혀 없었고, 택시 안에서도 계속 친구랑 한국말로 통화했기 때문에, 그 기사는 나한테 덤태기를 씌워도 내가 아무런 항의를 못 할거라 생각했나보다. 더군다나 내가 얼핏 보기에 어린 아시아인에다가 혼자 있으니까, 더더욱 떼어먹기 좋은 타겟이라고 생각했겠지. 많은 동양인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특히나 외국에서 영어로 싸우는 걸 자신없어 하는 걸 그 택시기사는 많이 경험했을거다. 아, 생각할수록 화난다. 나 이전에 얼마나 많은 동양인들을 등쳐먹었을까 !!!!!!!!

만약 영어가 능숙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싸울 태세를 보이면 함부로 못 대하는 것 같다. ‘우물쭈물할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은 세게 나오네? 잘못 걸렸다.’ 라고 상대방은 생각하고 도망칠거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싸우자. 한국인의 슈퍼파워를 보여주자.

2. 증거 또는 목격자는 필수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경찰은 기본적으로 자국민에게 호의적이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당한 사실을 증명해 줄 증거 또는 목격자가 필수다. 모든 영수증, 사진 등은 여행이 끝날때까지 잘 간수해야하고 (물론 여행이 끝나는 순간 바로 버리지만), 날 기억해줄만한 목격자 또는 증인을 나도 잘 기억해내야한다. 중국/일본과 같이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국가에 가는 게 아닌 이상, 왠만한 국가 사람들은 아시아인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내 얼굴을 명확히 구별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아, 동양인이 있었지!’ 정도는 잘 기억한다.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내가 갔던 식당의 매니저와 서버는 날 잘 기억할만한 상황이었다. 또한 내가 밥 먹는동안 캐리어를 맡아준 게 고마워서 팁을 꽤 준 벨보이도 그렇고. 그런데 만약 내가 서버와 벨보이의 이름을 기억 못했다면? 그 식당과 호텔을 드나드는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는 수많은 직원들 하나하나한테 경찰이 인내심있게 물어볼 것 같나? 세계 어디나 경찰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번 케이스처럼 사람이 죽고사는 문제가 아니면.

따라서 날 기억해주는 사람을 나도 잘 기억해둬야한다. 난 어딜가든 날 도와주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편이다. 호텔에 들어가면 곧바로 내 짐을 들어주는 porter 부터 체크인을 도와주는 직원, 그리고 내 사소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컨시어지 직원까지. 물론 그 기억력의 휘발성이 강해서 최대 24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지만.

*난 해외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연간 액수가 커서, 일정 수준 이하 금액은 될 수 있는 한 현금으로 내려고 한다. 음식점에서는 거의 항상 현금으로 내고, 호텔도 1-2박 정도는 현금으로 낸다. 때문에 인보이스는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꼭꼭 챙긴다. 그게 아니면 내 결제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혹시 나처럼 해외 카드사용액수가 커서 현금사용을 선호하는 분들은 영수증 간수를 잘하셔야 한다 !

*내가 그때 택시에서 빠져나오면서 도로에 넘어질 때 들고있던 핸드백에 스크래치가 크게 났다. 누가봐도 딱! ‘날카로운 걸로 일부러 긁었나?’ 싶을 정도로 크게. 그래서 그 수리비도 기사한테 보상받으려고 했는데.. 여러가지 문제로 결국 보상받지 못했다.
i) 그 핸드백 특성상 파리 본사에서 직접 수리를 해야하는데, 수리에 소요되는 예상시간이 최소 1.5 년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수리비용도 수리가 끝나는 시점에서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되면 이 택시기사와의 문제를 1.5 년 이상 끌고가야한다는 말인데.. 오랫동안 끌면서 그 기사와의 악연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다.
ii) 해당 스크래치가 택시에서 빠져나오면서 생긴 스크래치라는 걸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내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뛰겠는 상황이었다. 대체 어느 누가 그 핸드백에 그런 큰 스크래치를 떡하니 새기고 1시간이라도 밖에 나갈까? 창피해서 절대 못 그러지. 하지만 내가 최근 몇달간 정상적인 condition 상태인 해당 핸드백을 들고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그걸 잘 안 들고 다녀서 그렇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비로 수리해야한다. 이제부터 여행을 가면 반드시 매일매일 내 풀착장을 찍기로 다짐했다. 그래야 ”증거”로 쓸 수 있으니까.

3. 내 보호막으로 누굴 쓸지 “미리” 생각해두고, 적극적으로 사용하자.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난 내 보호막으로 여행지에서 묵는 호텔을 사용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호텔은 단순한 ‘숙박업체’ 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내 안전을 책임져주는 guardian 의 느낌이랄까. 그 곳의 수많은 직원들은 단순히 나에게 편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장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아니다. 내가 체크인 후 외부로 나가서 호텔로 안 돌아오면, 가장 먼저 나의 부재를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해야할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는 보호자들의 집합체다. 또는 내가 아프면 날 병원으로 데려가야하고. 한 마디로 외국에서 내가 믿고 지낼 수 있는 한시적인 “집” 이자 “가족” 인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처음에 프론트 직원이랑 지배인이 날 진정시키고 사건을 좋게좋게 해결하려는 되도 않는 시도를 했을 때, 난 매우 분노한거다. 보호자가 보호자 노릇을 안해서. 내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하더라도 보호자는 날 가해한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책임을 물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물론 이후의 상황에서는 (claim 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수 없이) 날 적극적으로 도와주긴 했지만. 뒷통수를 맞았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호막은 ‘숙소’ 라고 생각한다. 에어비앤비와 같이 민박집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호텔들은 투숙객에게 친절한 편이니까. 그러니까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자.

만약 호텔도 내 편이 아니라면, 그 다음에 기댈 건 우리나라 외교부다. 물론 그 전에 경찰에 신고해야하는 건 기본이고. 해외에 나가면 핸드폰에 자동으로 연달아 5-6개씩 외교부에서 문자가 온다. 주로 해당 국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고,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문자 및 위급 상황시 콜센터에 신고를 하라는 문자다. 통역서비스는 영어/일본어/중국어/불어/러시아어/스페인어 를 제공하고 +82 - (0)2 - 3210 - 0404 로 전화하면 된다. 그리고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콜센터 +82 - 02 - 3210 -0404 로 전화하자. 아직 한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어서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피같은 세금이 가치있게 쓰이고 있길 빌면서 전화해보자.

그리고 신용카드 회사에서도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신용카드사에서도 몇몇 카드 이용자에게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내가 몇번 이용해보니… 너무 별로다. 아주 사소한 요구도 허덕여 하는 게 느껴지고, ‘이런건 감히 부탁하면 안되나…?’ 라는 생각이 들게끔 말을 하며, 무언가를 부탁하면 답을 받기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반면 미국/영국 신용카드 컨시어지 서비스는 괜찮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서비스가 예전만큼은 아니긴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던지 예약이 거의 불가능한 식당이라도 예약을 부탁하면 어떻게든 예약을 해주고, 분명 호텔사이트에서는 방이 없는걸로 나와도 그 컨시어지를 통하면 없던 방이 뿅 생기면서 예약이 된다. 이번에도 내가 내 대리인 = 변호사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면, 그 컨시어지에 전화해서 해당 지역 내에 있는 변호사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을거다. 혹시 미국/영국내에 거주하는 분들중에 신용카드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이 계시다면, 위급 상황 시 해당 서비스를 떠올려보셨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나 역시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나에게 생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사소하게 택시비 오버차지로 시작된 일이 그렇게 커질 줄도 몰랐고.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경찰서에 갔다 올 때까지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런데 그날 밤 호텔방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온전히 혼자가 된 순간.. 순식간에 피로가 몰려오고 너무 서글퍼졌다. 그리고 갑자기 무서웠다. 그 택시기사는 단순히 돈만 좀더 떼어먹으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만약 무서운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난 지금처럼 멀쩡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생각을 얼른 머리속에서 지웠다. 나는 그와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예전부터 습관을 들여온 여러 행동 (구글 location history 를 켠다든지, gps 를 잡는다든지 등등) 을 이번 여행에서도 잊지않고 했고, 고맙게도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목격자/전 직장동료를 만났으며, 미우나 고우나 통역을 도와준 호텔직원도 있었다.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엔 나는 “우연히도” 매우 큰 도움을 여러 사람에게서 받았다.

나는 감사하기로 결심했다. 나를 도와준 목격자, 직원, 식당 매니저, 벨보이, 전/현 직장, 내 사정에 같이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한 경찰, 심지어 ‘적은 돈’ 에만 혈안이 된 택시기사까지. 모두 고마웠다.

참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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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해요. 또 부러지게 잘 싸워줘서요. 교육효과 참 좋을 거 같아요.

저도 그 기사가 제발 정신 차리고 성실하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왠지 변화될 사람 같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다른 분들이 이번 사례를 보고 '유혹' 을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시스님,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

깊은 빡침에 격하게 공감되어 이전 글까지 읽어보았는데요, 예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제가 얼마나 미숙하게 대처했나 분개하고 있었네요. 어쨌든 무사하게 해결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항공사나 호텔에 항의하는건 익숙해서 다른 분들보다 좀더 문제 해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번에 제가 여러모로 참 운이 좋았습니다 ㅠㅠ

후기를 읽을수록 큰일 안 당한 것이 다행이고, 제대로 대응(?)한 것이 원하는 결과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네요. ㅎㅎㅎ

저도 다시금 생각해보니 정말 무서운 일이 될수도 있었더라구요 ㅠㅠ 그나마 호텔 앞에서 싸워서 저도 제 빽이 있다는 자신감에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었나봅니다 ㅎㅎ

그래도 항상 조심하세요. 항상~ 제가 생각하고 예상하는 모습 때문에 다른 분들보다는 걱정이 덜합니다만... 그래도 외국에서는 우리는 무조건 약자니깐요. 일정상 출국해야 된다거나, 경찰서 들락날락한다거나, 현지인들의 끼리끼리 등 때문에요. ㅠㅠ

맞아요, 저도 항상 여행자로서의 제 신분이 '약자' 이자 (어떻게 보면 눈에 잘 띄는) 젊은 여성이기에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불쾌한 일이 있었어도 사소한 에피소드에 그쳤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한 순간도 정신 놓고 있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ㅠㅠ

네, 저도 젊은(?, 나름) 남자지만 사소한 에피소드 있으면 웬만해서는... 그냥 넘어가는 편이긴 해요. 다투는 시간도 아까워요. 안전한 여행을 항상 바랄께요. 제가 좋아하는 로마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니 안타까워서욥. 편안한 밤 되세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을 겪으셨어요.
그런데 너무 당당하게 잘 대처하셨습니다.

그리고 ex-회사분, 진짜 멋지시네요!

그 ex-회사분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감사한 분이세요 ㅠㅠ 사실 접점이 '회사' 일 뿐, 제 전 직장이 세계 여기저기 오피스가 있기 때문에 같은회사를 다닌다고해도 별다른 친근감이 안 들거든요. 그리고 워낙 이직이 잦은 업계여서 애사심도 그리 크지는 않고... 그런데 생전 처음보는 절 위해 과분할 정도의 도움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

몰입해서 읽다가 어찌된일인가 싶어서 1편?도 찾아 읽고 왔어요
혼자서 용기있게 잘 해결하셨어요 -
아- 정말 몇 이탈리아 사람들은 정말 정떨어지죠
여행할 때, 특히나 혼자다니는 동양여자들 easy target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못건드렸다는 레슨을 아주 호되게 알려줘야죠!!
멋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한데, 어딜가나 좀 못되먹은 사람들은 존재하더라구요. 특히 이태리는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고, 성질(?)대로 행동하는 면도 많고..
적어도 그 택시기사는 이 기회에 개과천선하길 바랄 뿐이예요. 과연 그럴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지만. ^^;

하핫! 결국 이번주 안에 글을 올려 주셨군요 :)

그나저나 똑부러지는 대응을 하신 셀레님 덕택에 동양 여인을 농락하는 택시기사 한명이 혼쭐나고 소문도 나서 그런 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근데 여행하면서 이런걸 전부 지키신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_+ 저같이 덜렁대고 준비를 꼼꼼히 하지 못하는 성격으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조건들이 많네요. 당장 "영어를 잘 할수록 유리하다" 흑흑 이건 뭐 단시간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보니 앞으로는 영어 잘하는 사람과 꼭 동행하는것으로!! ㅎㅎ 게다가 잠시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외운다! 윽... 머리도 좋아야 겠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ex 회사동료를 여행지에서 만날 확률은 정말 낮은 것이니.. 운도 좋아야 겠고요 ㅎㅎ 아무튼 이리저리 읽어봐도 저로서는 셀레님이 무사히 돌아오셨단 점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

저 혼자 외국에서 살면서 부모님이 "과도하게" 걱정을 하셔서 어쩔수없이 준비훈련을 철저히 하는 습관이 들었나봐요 ㅎㅎㅎ 처음에만 좀 귀찮지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기계적으로 준비를 하게 됩니다 ! 이륙직전의 비행기 안에서 구글계정에 로그인해서 이것저것 off 해놓은 걸 on 으로 바꾸고, 제 gps 위치를 정해진 시간마다 특정인에게 자동적으로 전송되도록 설정한다던지 ㅎㅎ

맞아요. 셀레님처럼 외국 생활이 오래되고, 또 자주 나가는 분들께는 꼭 필요한 팁인거 같아요.
그리고 저같이 게으른 사람들도 구글계정 로그인이나 GPS 전송 등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똑소리나는 셀레님을 보면 부모님이 얼마나 든든하실까 싶습니다!
당장 주변에 지인들에게도 이런 꿀팁은 알려줘야겠어요 :D

정말 고생하셨네요.. ㅠ 그래도 잘 해결되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날 하루는 공 쳤지만... 그래도 잘 해결이 되서 천만다행이더라구요 ㅠㅠ 어디서나 정신 놓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ㅎㅎ

고생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목격자 분 진짜 천사 아닌가요~
잘 해결되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핸드백 흑- 맘이 찢어지겠네요 ㅠ

그 분 정말 날개없는 천사 ㅠㅠ 긁힌 핸드백 보면서 제 마음에도 크게 스크래치 났습니다.... 조심히 들던건데 저 여행때 멋부린다고 들고간게 패착이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