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하나에도 감사한 하루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아이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으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여 다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옵니다.
한인현 작, 이홍렬 곡이라는데 작사, 작곡가는 모를지언정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자라면서 자장가로든 동요로든 한번씩은 다 들어보고, 불러봤을 <섬집아기>란 곡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노래에 영 소질이 없는 나의 자장가 18번번이기도 하다. 사실 섬집아기의 가사나 멜로디는 구슬프기 한이 없지만 잔잔한 그 선율에 아이가 쉬이 잠이 드는 듯하여 곧잘 불러주곤 한다.
그럼에도 가사를 흥얼거릴 때마다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이 그리고 그 부모의 부모들의 삶이 그러했고 지금도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그런 삶을 살고 있을 이웃들이 있기에 이 곡은 참 공감되면서 서글픈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오늘은 막내를 데리고 온 후 정확히 4일째 되는 날이다. 어제는 막내 어린이집 적응을 위해 하루 휴가를 냈기 때문에 아이 셋 등원준비부터 등원, 집정리 및 청소까지 모두 내 몫이었다. 오전에 잠깐 막내 어린이집에서 적응훈련을 시켜보고 집에 데리고 와서는 아이가 잠든 사이 여름 옷가지 정리며, 겨울옷 정리, 냉장고 청소, 빨래 등 그동안 못한 집안일을 하는데 하루를 보냈더니 저녁에 신랑이 왔을 때는 진짜 파김치가 되어 퇴근한 신랑에게 괜한 짜증이 쏟아졌다.
다행히 첫째는 피곤했는지 금새 잠이 들었고 자장가 불러주며 막내를 다둑여 재우는데 둘째가 자신도 재워달란다. 두 팔을 모두 뻗어 아이 둘을 재우며 섬집아기를 불러주는데 예전 생각이 났다. 큰 놈은 등을 긁어줘야 잠을 자고, 둘째는 다둑다둑해 줘야 잠이 드니 한 손으로는 큰놈의 등을 긁고 또 한손은 옆으로 돌려 둘째의 가슴팍을 살며시 다둑거리며 입으로는 자장가를 불러줘야만 아이들을 재울 수 있던 시절이 있었건만 첫째는 이제 어느정도 컸다고 등을 긁어주지 않아도 잘 잔다.
그러니 지금 이순간 손이 모자랄지언정 아이들에게 자장가불러주며 재울 수 있는 이순간이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생각이 불연듯 스치운다.
섬집아기 노래 가사를 찾다 우연히 이 가사에는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는 블러그를 읽은 적이 있다. 이 곡의 작사가인 한인현씨가 6.25전쟁 직후 한 어촌마을 소학교에서 근무 할때는 젊은 어부들이 바다에 나갔다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어촌마을에도 어린아이를 낳고 살던 부부가 있었는데 이 집은 마을에서도 좀 떨어진 외딴 곳이었고 부부는 가난했단다. 어느날 남편이 고기잡이를 하러 나갔다 물에 빠져 죽고, 산 입에 거미줄 칠 수야 없으니 엄마도 세달된 어린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굴이나 해산물을 따러 잠시 잠깐씩 집을 비우게 된다.
하루는 그 엄마가 바닷가에 굴을 따러 갔다 파도에 휩쓸러 죽을 뻔하다 인근 어부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했는데 엄마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이틀의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정신을 차린 엄마는 아이 생각에 곧바로 집으로 갔지만 아이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고 얼마후 아이를 잊지 못하는 엄마는 굴따던 낫으로 자신의 목을 베어 자살을 했다고 한다.
평소 이 엄마와 아이를 알고 지내며 아이를 봐 주기도 했던 한인현씨는 한동안 그 충격에 괴로워 했고 그 사연을 시에 담았다고 하니 사연을 모르고 불렀던 때보다 한(恨)이 서린 곡 같아 더 구슬프기 짝이 없다.
간난 아이가 곤히 잠이 들면 1~2시간은 잠을 자니 아이가 잠시 잠든 사이 돈을 벌러나간 엄마의 마음도, 굴바구니 다 채우지 못했어도 갈매기 울음소리에 혹여 우리 아이 깨서 울까봐 걷기 힘든 모랫길을 급한 마음으로 뛰었을 엄마의 마음도 엄마가 되어 보니 이제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 세상에 어느 엄마나 아이나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돈 때문에 불행지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싶은 밤이다.
요즘 일과 육아로 너무 힘들지만 아이 셋으로 인하여 기뻐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님에 감사하고.. 매사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다짐해 본다.
슬픈사연이있는자장가였군요 이젠부를때마다슬픈감정이들듯해요...ㅜㅜ
으아. 갑자기 가사가 섬짓하게 느껴집니다. ㅠㅠㅠ
오쟁님 아직 아이가 없으시죠? ^^ 엄마맘으로는 섬짓보다는 구슬픔인데...^^
헐..
이렇게 처절한 삶이 묻어있던 노래였군요...
초딩때 부르던 노래가 너무 좋아 흥얼 거리긴 했는대
자장가로 부르기에는 너무 처절 하네요..ㅠ
암튼 인간의 모성애는 끝이 없나바요..
경의를 표합니다 ^^*
전 아이들 어릴적이 지나고 보니 젤 행복했던거 같아요
크니까 친구가 먼저고 좀더 크니까 떠나네요^^
ㅋㅋㅋ 저도 지금 엄청 행복하긴 한데 매일 쌓여만 가는 업무량에 자꾸 힘이 부치네요~ ㅜㅠ
얼핏 사연을 들었던것 같은데... 아이셋 키우느라 힘드시겠어요. 저희는 둘인데 애둘이 매일 싸우고 잘놀고 반복이네요. 그래도 아이들 웃는 모습을 보면 걱정과 피로는 싹 잊혀지는것 같아요^^;
저희 셋째는 아직 어려서 싸우고는 안되네요~^^ 막네녀석까지 싸움에 동참하면 더 정신없겠지요. ㅎㅎ
저 노래 사연 완전 슬프네요 ㅠ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예전에 첫째 등을 끍어주고 둘째 토닥토닥하셨다는 말씀에 모습이 상상이 되었네요 ㅎㅎ 그래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서로 챙겨주는 모습도 보시면서 많이 커다는걸 느끼면서
행복하실거 같아요 해피워킹맘님^^
가사 내용을 알게되니 섬집아기도 이제 못부를듯 싶네요 ㅠㅠ
왠지 부를 때마다 목이 메일듯한....ㅠ
셋이 힘들긴 해도 첫째와 둘째가 셋째를 잘 봐줄것 같아요 ^^
일하며 애키우기가 참 쉽지 않죠...집안일이라도 누가 좀 해줬음 좋겠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 돼요...
힘내세요 ~ 항상 응원하고 있는거 아시죠?
워킹맘님은 워킹맘의 워너비입니다^^
항상 아이를 위해 불러주던 그 동요에 그런 끔찍하고 슬픈 사연이 숨어 있는줄은 몰랐네요 ㅜ.ㅜ
가족을 위해서 최선은 건강을 지키는 일, 항상 안전해야 할것~~
감사해야겠어요~
저의 18번 자장가이네요. 구슬픈 가락만큼 가사의 사연은 더욱 슬프군요ㅠㅠ 항상 감사하는 맘을 가지시는 해피맘님의 글을 볼수 있어서 오늘도 저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