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장엄(現觀莊嚴)의 절벽
푹탈곰파는 아직 아니야, 미소짓는 붓다 vs 명상하는 킹콩, 절벽에 세워진 영적 요새(Spiritual fortress)에 이어서
"날마다 밤이 되면 저기 건너 편 절벽의 틈에서 푸른 빛이 비추어집니다."
아마도 정광명(淨光明, Clear light)을 말하는 것일 테지. 티베트 불교에서 자주 언급되는 모두에게 간직 된 마음의 순수한 본성이다. 게다가 여기는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그루 린포체가 수행했던 동굴이 아닌가? 안내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 사진 찍고 여기가 거기냐고 다시 확인하였다. 하룻밤 묵으면서 그게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안 보인다면 나의 눈이 오염되서 그럴 거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대개 영성 사기꾼들이 쓰는 수법이지만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 계속 바라보니 한 인물이 서 있는 조각 같아 보인다. 원래 그런 것이 마음의 특성이다. 내가 자라온 문화적 습성에 바탕을 둔 기억 속의 연관된 이미지들을 조합하다 보면 자연물의 갖가지 문양에 반영되어 새로운 이미지가 드러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설악산의 선녀 바위를 숨은 그림 찾기처럼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걸까 하면서 주변 무늬와의 관계를 조합하여 억지로 그 모양을 닮았다고 생각하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다만 내가 연상한 그 이미지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보는 선녀 바위 이미지일지 의심스러웠다. 견해(見解)는 내게 보여지는 것과 내가 바라보는 방식을 해석(解) 하는 것일 뿐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어서 이해했지만, 그럴지라도 그 견해는 선입견이 되어 알게 모르게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는 것을, 물질보다 더 단단해서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쓸 데 없는 고집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분쟁을 일으키는 근본이 된다는 것을, 불교에서 말하는 성자의 가장 초기 단계(수다원 혹은 초지보살)는 이 견해가 맑아진다는 것을, 그 견해란 모든 현상은 변하는 것이고 변하니까 괴로운 것이고 변하니까 '나'라고 하는 변하지 않는 실체는 없다는 것을 확고하게 알았다는 것을, 내가 이렇게 이해해서 쓰고 있지만 실제로 알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까 알았다고 잘난 척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이 절벽의 무늬들을 계속 바라 보면 신비스럽게도 여러 인물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천녀일수도 있고 신선일수도 있고 관음 보살일수도 있다. 선명하지 않을지라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생각 하는 만큼 드러날 뿐이다. 물론 이러한 이미지는 나의 의식 속에 숨어져 있던 여러 이미지들이 조합되어 나타나는 것이니 절대적이지도 않고 주관적일 뿐이다. 기독교 신자라면 다른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현관(現觀)은 깨달은 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견해를 말한다. 번뇌에 물든 마음이 정화되어 감에 따라서 이 절벽에 드러나는 이미지는 얼마든지 마음의 반영으로서 절벽 위에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렇게 드러난 것을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행위가 장엄(莊嚴)인 것처럼 깨달은 자의 견해가 몸의 행위로써 드러나야 한다. 대승 불교에서 현관장엄의 의미는 견해의 바탕으로서 빛과 같이 맑은 지혜를 장엄하는 행위로써 타자와의 관계 방식을 자비로 표현 것이 아닐까? 그래서 불교 수행의 요체를 지혜와 자비라고 부른다. 집중(사마타, 止)과 분석(위빳사나,觀)은 명상의 방법일뿐 수행의 결과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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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chung, your "구루 린포체가 수행했던 곳 (Where Guru Rinpoche Practiced)" post is captivating! The way you weave your personal experience of observing the cliff face with deep reflections on perception, Buddhism, and the nature of reality is truly remarkable. I especially appreciate your insights on how our minds project meaning onto the world and how that relates to spiritual understanding. The image of the blue light and your contemplation of "정광명" (clear light) are particularly evocative.
This post isn't just a travelogue; it's a journey into the self. Thank you for sharing your profound thoughts and experiences. Readers, what figures do you see in the cliff face? Share your interpretations in th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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