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우리 이거 왜 하지?

"우리 이거 왜 하지?
테니스도 있고 골프도 있는데..."
어떤 일을 30년을 했다면 그건 일을 한 게 아니라 삶인 거야. 어떻게 30년을 하겠어? 게다가 우승(성공) 한번 못 해봤다면. 돈과 명예가 목적이었다면, 누가 30년을 할 수 있겠어. 그건 심지어 한 것도 아니야 산 거지. 숨을 쉬고 밥을 먹듯.
900년간 마법사를 해왔으니 그래서 뭘 먹고 사냐고 묻는 건 소용 없어. 어떻게 900년을 살았냐고 물어야지. 30년을 글을 썼으니 돈을 벌려고 쓴 것도, 상을 받으려고 쓴 것도 아닌 거야. 그냥, 언제나, 쓰고 있었던 거지.
'좋아서 그랬어.'라고 말하는 것도 부족해. 좋아서 숨을 쉬는 건 아니잖아. 좋아서 매일 먹고 자는 것도 아니잖아. 손이 글을 쓰고, 다리가 춤을 추고, 운전대가 내 손을 붙든 거지. 마법사 되고 싶어서 시간을 버텨낸 게 아니야. 살고 숨 쉬고, 쓰고 뭔가 하다 보니 어느새 900년이 흐른 거지. 마법사가 되어 있던 거지.
마법사가 되면 말이야. 사람이 언제 숨을 쉬고 숨을 내뱉어야 하는 걸 계산하지 않고 하듯이, 자연스럽게 마법으로 살게 돼. 그래서 마법사인 거고. 그건 시간의 축적이 발현해 내는 말 그대로 마법이야. 하지만 의지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야. 그것이 나를 사로잡았을 때에만.
양자컴퓨터 개발에 있어 지난 30년간의 최대 난제는 오류정정에 관한 것이래. 오류를 측정하려는 순간 양자의 중첩 상태가 붕괴해 버린다니. 상자 속에 고양이를 봐 버린 거야. 이중슬롯을 동시에 빠져나가는 공을 봐버린 거야. 파동을 입자로 고정 시켜 버리는 관측. "얼음!" 하고 술래가 외쳐 버린 거지.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무작위의 결과를 목격해야 돼. 그걸 운명이라고 부르면, 우리는 주사위 놀음대로 움직이는 말과 다를 바가 없겠지?
마법사 소니는 레이서이지만 도박사이기도 해. 그는 곧잘 카드 점을 치는데, 경기에 나서기 전에 카드 한 장을 뽑아 들고서는 주머니에 넣고 확인하지 않아. 그리고 경기를 마친 뒤에 카드를 확인하는 거야. 승리였는지 패배였는지. 자, 당신 앞에 놓인 탁자 위에 타로 카드가 주르륵 펼쳐져 있어. 당신은 그중 한 장을 고르고 그 카드에는 당신의 미래가 기록되어 있는데, 양자역학에 의하면 그 카드의 결과는 당신이 관측하는 순간 결정되는 거야. 그러니까, 당신이 승리하는 순간 당신의 타로 카드가 바뀌는 거지. 승리의 카드로. (타로 카드가 너의 미래를 알려주는 게 아니야. 내 관측이 타로 카드의 모양을 결정하는 거지.) 뭐 패배의 카드가 나와도 상관없어. 이미 이겼으니까. 이 마법을 알겠니?

양자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런 삶의 태도가 필수야. 관측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삶을 운전해 가기. 눈이 먼 상태로 '소스(The Source)'를 향해 나아갔던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말이야. 이에 대해 GPT 선생은 문과생 마법사를 위해 이런 비유를 들어 주었어.
"양자컴퓨터는 마치 초능력을 가진 연필로 글을 쓰는 것과 같아요. 이 연필은 한 번에 여러 가지 글씨(중첩 상태)를 쓸 수 있고, 글씨들이 서로 얽혀서(얽힘) 특별한 패턴을 만들어요. 하지만 이 연필은 엄청 예민해서, 바람이 불거나 손이 살짝 떨리면(환경 노이즈) 글씨가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오류정정 기술은 이 글씨를 망치지 않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양자컴퓨터의 큐비트(초능력 연필로 쓴 글씨)는 아주 약해서, 공기놀이(데코히런스)나 실수로 잘못 쓰는 바람에 금방 망가져요. 예를 들어, "공기놀이"를 쓰려 했는데 "공기놀이ㅋ"처럼 이상한 글씨가 튀어나올 수 있죠. 오류정정은 이 글씨를 여러 장의 종이에 나눠 쓰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 고치는 작업이에요.
선생님(보조 큐비트)이 와서 각 종이를 비교하며 "어, 이 종이는 글씨가 이상하네!" 하고 찾아내요.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글씨를 직접 보면 망가지니까, 선생님이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특별한 방법을 써요(예: 패리티 검사). 비유하자면, 선생님이 종이를 안 보고 그림자만 보고 "이 그림자는 이상해!" 하고 알아내는 거예요."
카드를 읽지 않고 어떻게 그림자만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까? 경지에 이른 마법사 소니에게 그건 그냥 하면 되는, 이미 하고 있는 무엇이야. 30년째. 경험이나 연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은 감각이라고 해야 할 거야. 정답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고 그것과 가장 일치하는 경우의 우주가 무엇인지 직관해 내는 감각 말이야. 게다가 그것과 일치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거절할 줄 아는 용기. 그러니 돈도, 명성도, 어떤 유혹도, 그것을 흔들지 못하는 거야. 숨 쉬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까. 꼼수는 압축해서 빨리 가려고 할 때나 필요하지, 매일 하는 그것, 언제나 하고 있는 그것에 꼼수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 다시 30년 뒤에도, 900년 뒤에도 그러고 있을 텐데. 구석구석 꼼꼼한 경험만이 의미가 있는 거지.

소니의 그것은 흠잡을 데 없는 전사의 Totality를 보여준 대단한 레이싱이었어. (꼭 영화관에서 보렴. 기왕이면 아이맥스, 4DX, 돌비시네마로. 無我之境을 경험하게 될거야.) 그러니 '우리 이거 왜 하지?' 이 질문에는 답이 없어. 왜? 왜라고? 왜 숨을 쉬는데? 그냥 숨을 쉬는 거야. 이유가 무슨 필요가 있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왜 궁금해? 원하는 그것을 바라보면 되는데. 그리고,
We did it!
이번 생은 망했다고? 900년쯤 살아보고, 30년쯤 써보고 이야기 하렴. 네가 집어 든 카드가 무엇이었는지. 너의 미래가 적혀 있는 게 아니야. 카드가 너를 사는 거지. 내 카드의 내용은 내가 결정해야지. 고양이는 보지 않으면 죽은 게 아니니까. 고양이를 부탁한다.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104. F1 더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