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05 기록
우리 동네에서 반가운 친구를 알게 되었다. 낙엽이 어느 정도 쌓일 즈음 가을비 보슬보슬 내리는 축축한 날, 과천 대공원 둘레길을 걷다가 이 나무의 낙엽이 떨어진 지역을 지나가면서 달달한 향기에 흠뻑 취해 한참 있고 싶었다. 나뭇잎 모양도 짜리몽땅 동글둥글하여 모나지 않은 순둥이 매력이다. 우리 아파트 옆 산동네가 재개발 되면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 사라졌다. 재개발 발표된 뒤 경기가 침체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동네가 지저분하고 유령도시 같았다. 개발이 완료된 뒤 깨끗하게 정리되면서 다시 활기 띄고 깔끔한 곳이 되었지만 사람 마음 간사하게 편안하고 깨끗해서 좋아진 것과 반대로 예전의 너저분하고 불편했던 거리 모습이 그립기도 하다. 옛날 청계천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진 청계천을 걷다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할까?
단지 내 조경으로 심어진 두그루의 계수나무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왜 주위에 계수나무를 심지 않을까 많이 궁금했었다. 이 아파트 단지 거리에 주로 조팝나무가 심어져서 봄이 되면 흰쌀 밥 꽃이 핀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는데 이 나무를 심은 정원사의 눈썰미가 덤으로 고맙다. 그의 마음 한켠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사라진 산동네의 가난하고 억척스럽지만 소박함을 기억하라고.
계수나무 단풍잎이 제법 쌓일 즈음 여기로 달려와서 단풍 뭉탱이를 짚고 문지르고 비비고 코에 대고 달콤한 향기를 실컷 맡을 것이다. 가을비가 내린뒤 축축할 때라면 비냄새가 가미된 계수잎 향기는 내 코의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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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를 비비면 향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