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3기록
어릴 땐 삼촌에게 낯갈이를 심하게 하던 둘째 조카님께서 당뇨할배 생각하며 큼지막한 샤인 머스캣 청포도와 딸기 한덩어리에 단팥 코팅을 얊게곁들인 이상야릇한 모찌떡을 만들어 주셨다. 삼촌이 조금만 야리면 주둥이를 삐죽 씰룩 내밀고 양볼따구니를 아로미처럼 붉그스래 부풀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던 꼬맹이가 벌써 대학 2학년이 되신다. 호텔 관광 요리 디자인 학과라나? 그때 지먹을거 삼촌이 쪼금이라도 먹는 것을 절대 용납 못하고 표정으로 연기하여 할매 빽을 이용하여 응징하던 년이었고 할매 뒤에 숨어서 이거 만들어 달라 저거 만들어 달라 주문하면서 하루 종일 만화만 쳐보아 얄밉게 삼촌 종놀이 시켜먹어 속터지게 만들었던 상전 덩어리였다. 그 당시 오히려 첫째 조카님께서 나눔의 보시에 넉넉하고 아량 많던 분이셨지만 지금은 넘나 사나워졌다. 그년이 집에 온다고 하면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며 청소쫌 하라고 삼촌을 집요하게 학대하기 때문이니 절대로 그년이 집에 오면 안된다. 구정 지나서도 한바탕하고 갔다. 그때 나도 몸살 앓아서 끙끙거리는데 자비심 조금 내면서 타일렀다지만 그게 아니었다. 통보없이 쳐들어 왔기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던 불의의 일격이었다. 조카가 온다고 하면 우선 어떤년인지 어떤분인지 확인부터 드가야 한다. 년이면 무조건 도망이다. 다행이 분께서 친히 오신다고 하니 황송해서 모찌떡 은총을 하사 받아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할배 덕분에 별미 모찌 떡고물을 먹어 마냥 행복한 하루였다. 은총과 학대가 공존하니 이젠 내가 조카낯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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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카가 사내놈만 둘인데
한 넘은 이번에 대학생
이넘들은 용돈 필요할 때만 삼촌으로 인정해 줍니다 하하 ;;;
어른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용돈 주는 분과
용돈 안주는 늙다리.
ㅎㅎㅎㅎㅎ 큰 조카님이 잔소리쟁이고 둘째가 간식 제공하는 분이군요.
구래도 할아버지랑 삼촌 보러 오는 게 어디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