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 싶기는 하다.

in #zzan10 days ago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 두 달이 막 지났다.
그러나 느낌은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신 거 같다.
그리고 아버지를 향한 애달프음 같은 것도 별로 없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불효의 극치를 보여 주는 거 같아 자신에게도 묻는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인도네시아 출장 중에 낙상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 게 작년 3월 1일이다.
한 달 일정으로 나갔다가 20여 일 만에 급히 들어온 것이다.
아버지는 그때 병원에 입원하시어 수술을 하고 경기 도립 노인 재활 병원에 입원해 계셨었다.

올초 그러니까 입춘 날 어머니 역시 주방에서 넘어 지신게 문제가 생겨 아버지 계신 병원에 두 달간 입원하셨다가 집으로 모셨다.
어머니는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병원에 계실 때보다는 여러 면에서 많이 좋아지셨다.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한마디로 위급한 상황은 넘긴 거 같다.
이젠 식사는 아주 잘하신다.
그런데 어머니도 그 말씀을 하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무척 오래된 일 같다고...

어머니와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어머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버지에 대해서 아주 애틋한 그리움 같은 게 없다.
애초부터 아버지는 만에 하나라도 아프시거나 하면 집에서 못 모신다는 생각을 해왔기에 그런가 병원에서 돌아가셨다는 것에 대해서도 죄송한 생각도 많지 않다.

그런데 어머니를 향해서는 달리 생각했다.
어머니는 편찮으셔도 가급적 집에서 모시고 시설로 보내드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아내나 나나 했다.
오히려 아내가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준비를 해왔다.
그래 그런지 어머니는 집에서 모시는 게 당연하고, 어머니 보시기에 부족한 게 설령 있다 싶을지 몰라도 그냥 무난하게 모시고 있다.

또한 보고 있어도 한없이 연민이 솟구쳐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보고 있어도 보고 있어도 그리운 엄마, 우리 엄마, 이러면 어머니도 질세라 옆에 있어도 옆에 있어도 자꾸만 보고 싶은 아들, 하며 아주 뽕짝 저리 가라는 식으로 노래도 아니고 대화도 아닌 그렇게 흥얼거릴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아버지 사진을 뵈 오면 왠지 죄송한 생각도 들기도 하고 어쩜 이렇게 인정머리 없는 사람처럼 사람이 이럴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식이 이래도 되니 싶기도 한데 아버지와의 이별은 아무래도 병원에 계신동 안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 진후로 안타까워하면서 긴 시간을 두고 여러 면에서 감정 정리가 된 거 같다.
그래서 그런 거 같다.
그렇다 해도 불효막심한 것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2월 29일 좋아하시는 막걸리를 사가지고 오시다 넘어지신 후 병원에 실려 가신 후로 집에 못 오시고 15개월여 만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말씀하실 때마다 불쌍한 사람 불쌍한 사람 하신다.
그러면서도 복은 참 많은 분이야, 복은 참 많았지 하신다.
어머니의 이 말씀은 어딘가 어폐가 있어 보인다.
불쌍한 사람과 복이 많은 사람, 이게 한 사람에게 동시에 있을 수 있다는 게 가능한가 싶은데 가능성 있는 말이다.
우리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런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분인데 아버지 이야기는 줄여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다.

점심시간이 좀 더 있어야 할 11시쯤이다.
얘는 점심때 들어 온다냐시며 냉장고에 뭐나 봐라 하신다.
냉장고 문을 열고 보이는 대로 나열하니 그런 거 말고 하신다.
뭘 찾으시는데요 하니 마시는 거 말고 뭐 없어하신다.
하여 빵이요 하니 그래 빵 좀 줘봐 하신다.

조금씩 뜯어서 입에 넣어드리고 발효유 윌을 한 모금씩 빨아 드시게 하니 맛있게 드신다.
빵 하나를 꿀꺽하신다.
많이 시장하신듯하다.
식사량을 늘려 드려도 조금 부족하신가 보다.
잘 드시니 좋은 현상이다.

점심도 콩죽 한 대접을 꿀꺽하신다.
잘 드시니 좋다.
그러면서도 더 드실래요 하면 아니하신다.
나름 식사량을 조절하시는 거 같기도 하다.
거기에는 어머니만의 고민 혹은 생각이 있으신 거 같다.
우린 모른 척하고 조금 더 드실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려 노력한다.
그게 지금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최선중에 하나란 생각이다.
하여 오늘도 어머니랑 보내는 시간이 아주 좋은 의미 있는 시간이지 생각하며 그렇게 지낸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생각한 삶과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생각을 하면서 지낸다.
오늘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자연스러움이다.
결국은 우리들 삶의 모든 것은 자연스러움이 소중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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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드시니 참 다행입니다.
정겨운 모자세요!

@steemzzang, your deeply personal reflection on family, loss, and caregiving is incredibly moving. The raw honesty with which you explore your feelings towards your father's passing and your unwavering dedication to your mother resonates profoundly.

The way you grapple with complex emotions—guilt, acceptance, and a deep sense of responsibility—is beautifully articulated. It's a testament to the intricate nature of family relationships. The poignant moments shared with your mother, the small acts of care, and the search for "naturalness" in life are truly heartwarming.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vulnerable and thought-provoking piece. It's a reminder of the importance of cherishing our loved ones and finding meaning in the everyday moments. Readers, please share your own experiences or offer words of support to @steemzzang in the comments below. This post deserves a thoughtful discu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