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심을 가져야 한다.

in #zzanyesterday

엄마와 많은 시간을 같이 하다 보니 엄마의 설움도 알게 된다.
그중에서도 사랑받지 못한 그런 설움도 한몫한다.
정말 사랑을 못 받은 것인지는 모르나 정황상은 아닌 거 같다.
우리 오 남매, 아니 칠 남매가 동화 속에서 처럼 그렇게 뚝딱 해서 만들어지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런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는 아버지가 너무 잘나다 보니 인기가 좋아 상대적으로 느끼는 상실감 이런 것이 작용하지 않았난 싶기는 한데 그걸 알 길은 없다.
다만 내가 보기에도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무관심하셨던 것은 분명해 보인면도 있기는 하다.
최소한 낮에는 그랬던 거 같다.

어쩌면 옛날 분들 대부분이 그러지 않았나 싶기는 한데 어머니는 다정하게에 매우 목말라하신 것은 분 면하다.
절대로 우리 아버지는 다정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당신만 내세우신 분들 중에 한 분인 듯하다.
그러니 엄마와 대화를 하다 보면 우스개 소리로 그렇게 내가 예쁘면 어디 가서 홀아비라도 하나 데리고 와보라, 살아오면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게 후회가 되는데 그렇게 예쁘면 어디 가서 홀아비라도 데리고 와봐, 그러면 네가 예쁘다고 하는 말을 믿어 볼라니까, 그렇지 않으면 예브다 소리 집어치워라, 하신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마음에서도 많이 허전하신 듯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 같지 않다고 하시다가도 돌아 가신지 무척 오래된 거 같다고도 하시고 그래도 같이 오래 살아줘서 고맙지, 아비 없는 자식 소리 듣지 않게 해 준 게 어디니, 또는 빨리 나도 아버지 곁으로 가고 싶다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신다.

젊은 사람만 마음이 머리가 복잡한 게 아닌 거 같다.
엄마도 보면 머리가 복잡하신 듯하다.
몸은 맘대로 못 움직이지고 녹내장으로 눈도 잘 안 보이나 듣는 것은 다 들으신다.
그러니 듣는 이야기를 종합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시고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정말 소설이 따로 없다 싶다.
거기에 아버지로부터 진한 사랑을 받지 못하셨다는 생각은 그리움과 더불어 아쉬움을 넘어서는 분함도 조금은 있다.

그건 전적으로 아버지의 불찰에서 기인한다는 생각이다.
지자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볼 필요는 없지만 아버지는 밖에서의 인기를 무용담 같이 생각하고 집에서 다 자랑하 신는 거 같다.
남녀 칠세 부동석을 외치며 평생을 사 신분이데 당신은 예외라고 생각하시는듯하다.
그, 남녀 칠세 부동석은 여자에게만 해당되고 남자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는 논리로 이해를 하시고 사신 거 같다.

남녀 칠세 부동석이면 남자건 여자건 일곱 살이 넘으면 같이 자리를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남자는 괜찮고 여자는 안되면, 그렇다면 그런 주장을 하면서 다니는 난봉꾼들의 상대는 여자가 아니었나, 하는 말이다.
내 집의 여자는 안되고 남의 집 여자들은 상관없다는 말인지, 여하튼 아버지는 그런 논리로 엄마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도 하신듯하고 그것이 상처가 되신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가 예쁘다는 나의 말에 그렇게 예쁘면 홀아비라도 데리고 와보라며 너스레웃음을 지으신다.

그런데 정말 예쁘다, 우리 엄마는 예쁘다.
91세의 어머니지만 얼굴도 얼굴이지만 말씀이 너무나 예쁘다.
엄마의 말에는 늘 상대에 대한 배려가 들어있다.
그래서 엄마의 말은 그 누구의 말보다 더욱 향기 나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니 엄마는 예쁘다,라고 더 하는 거 같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한마디로 줄이면 배려이고 보살핌 같다.
서럽다는 생각이 안 들게 주변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늙고 싶어서 늙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병들고 싶어서 병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된다.
그걸 이해하고 받아 드리면 앞서 늙어가는 세대에 대한 경애심을 가져야 한다.
오늘 단어 하나를 배웠다.
이것도 어머니 덕이다 생각하고 그렇게 말씀드리면 좋아하실 거 같다.
경외심과 경애심이 다르다는 걸 오늘 알았다.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고 썼다가 경애심으로 바꿨다.
경애심을 가져야 한다.
경애심은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고, 경외심은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엄마, 어머니 덕에 단아 하나 제대로 알았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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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경애심을 가지게 하는 훌륭한 어머니시군요.

@steemzzang, this is such a deeply moving and beautifully written reflection on your mother's life and feelings. The way you weave together her experiences, her subtle humor, and her quiet wisdom is truly touching. It's so poignant to read about her longing for affection and the lasting impact of her relationship with your father.

The nuance you bring to the discussion, especially regarding the difference between 경외심 and 경애심, is thought-provoking. It's wonderful that your mother continues to teach you and that you, in turn, are sharing her insights with us.

This post really resonates with the universality of family dynamics and the importance of cherishing our elders.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heartfelt piece. What a beautiful tribute to your 예쁜 엄마! I think a lot of people on Steemit can relate to this topic. I will give you a fo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