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귀여운 어머니

in #zzan2 days ago

어머니는 밤이면 더 힘들어하신다.
낮보다 밤에 더욱 고통스러워하신다.
아픈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야간형 주간형이 있나 보다.
한밤중에 보면 금방 돌아가실 거 같고 바로 돌아가신다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그런 상황을 자주 연출 하신다.
그러나 낮에 보면 몇 년 더 사시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기력이 회복되신 거 같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낮에는 안심이 되고 밤에는 걱정이 되어 자다 말고 일어나 잘 주무시는가 확인뿐만이 아니라 선풍기를 켰다 껐다를 해 드려야 한다.
생각 같아서는 에어컨 틀어 시원하게 해 드리면 좋겠는데 그건 또 못하게 하신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간단명료하다.

그건 무조건 어머니 의견에 따르는 것이다.
설득이나 이해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설득된 듯 이해된 듯 그때그때 행하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 다른 이야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특별히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그냥 일상에 아무 이야기나 하면 된다.
그리고 들어 드리면 된다.
들어 드리고 하자고 하시는 데로 따라 하면 거기에 길도 있고 답도 다 있다.

어제는 어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나를 지킨다면서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 거야 혼자 놔두고 어디를 가면 내가 목이 말라도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음대로 못 마시는데 말로만 지킨다고 하면서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가 말로만 지키지 지키기는 뭘 지켜, 그러시는 거다.
곤하게 주무시기에 푹 주무실 거 같아서 잠깐 바람 좀 쐴 겸 한 시간 정도 걷도 들어왔는데 그사이 사달이 난 것이다.
들어오니 주무시는 거 같아 내 방으로 갔다가 어머니 계신 곳으로 가까이 가니 누구야 하신다.

주무신 게 아니다.
저예요 하니,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며 나 혼자 두고 어디를 갔다 왔냐며 서운해하신다.
이리되면 그냥 죄송함만이 방안 가득 출렁거리게 된다.
그래서 가길 어딜 가요 집에 있었어요 하니, 이젠 거짓말도 하네 하신다.

녹내장이 깊어 잘 안 보이셔도 결국은 다 아신다.
우리 집 보배인 어머니가 때론 귀신보다 더 내 일거수 이 투족을 더 잘 아신다.
이런 어머니를 속여 넘기려 했으니 어머니 보시기에 오죽 속상하셨을까.
죄송한 마음에 묵묵히 있으면 아들 힘들지 내가 다 알지 에미는 얼마나 힘들겠니 날마다 바삐 들뛰는 사람인데 하신다.

지금 생각하니 그렇다.
일 가려면 떨어지지 않아 밤나무 울타리에서 가지를 꺾어 때리시며 떼어 놓고 일가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그때를 생각하면서 그때는 일을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며 그때, 참 많이도 맞았지 하시는데 나는 그때가 그립다.
일터에서 돌아오시고 밤이면 피멍 든 종아리나 엉덩이를 보듬으며 가여운 내 새끼 라며 눈물 흘리시던 어머니였다.
그때 그 어머니가 어느 사이 점점 아이처럼 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아리다.
우리 집 최고의 보배인 어머니를 누가 업어 갈까 제가 밤낮으로 지키는 거예요 하면 퍽이나, 누가 날 업어가니 그런 거짓말하지 말라며 메마른 웃음기를 머금은 어머니가 나는 사랑스럽다. 아니 아주 눈물 나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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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your heartfelt reflection on caring for your mother deeply resonated with me. The way you capture the nuances of her changing needs, the guilt of brief absences, and the poignant memories of her strength is incredibly moving. I especially appreciated the line, "우리 집 보배인 어머니가 때론 귀신보다 더 내 일거수 이 투족을 더 잘 아신다" – it speaks volumes about the unique bond you share. This post is a beautiful reminder of the sacrifices and love that define the mother-child relationship.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touching story. I encourage others to read and share their own experiences or thoughts in the comments!

두분 다 힘내시기 바래요.
힘든 와중에 정다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