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런 걸 이별 여행이라 하는지 도 모르겠다.

in #zzan2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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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몸을 누이고 한잠이나 잤는가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소리에 깨었다.
얼른 일어나 보니 가슴을 다 풀어헤치지고 뜨겁다며 힘들어하신다.

새가슴 같이 앙상하고 작게만 보이는 그 가슴에서 큰 불이 났는가 보다.
이불이 새벽 3시쯤에나 나곤 했기에 벌써 시간이 이리되었나 했다.

잠들며 춥다고 하여 꺼놓은 선풍기를 켜 드리니 다른 데는 춥고 가슴만 뜨겁다고 하신다.
가슴이 시원하려면 바람이 가슴께로 불어 들어야 하는데 팔은 춥다며 이불로 잔뜩 막고 있으니 바람이 갈리 없다.
이불을 걷으려니 거긴 추워하신다.

현관문 거실창 큰 문 다 열어 놓고 탁상용 무선 선풍기로 어머니가 가리키는 가슴에 대어 드리니 시원하다고 하신다.

한참을 그리 하고 나니 가슴이 시원해지셨나 보다.
화물차에 짐을 잔뜩 싣고 가다 보면 열받은 엔진을 식혀야 하기에 길 한쪽에 세우고 라디에타에 물 보충하고 공회전시키다 엔진 식으면 다시 출발해서 가듯 그렇게 어머니는 꿈나라를 향해 출발하셨다.

시간을 보니 2시다.
시간이 당겨진 것이다.
어머니는 잠으로 빠져 드는 듯하여 나도 자려 누우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꿀잠으로 유도하는 책을 읽어주는 유튜브를 잔잔하게 틀어 놓고 들으며 잠이 드는가 했다.
그런데 또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는 거 일어나 보니 어머니는 또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신다.

다시 무선 선풍기를 가슴에 대어 드리며 식혀 드리는데 우리 아들 잠 못 자서 어쩌니 하신다.
당신이 고통스러워도 자식 걱정부터 하시는 어머니, 세상의 어머니들이 다 이럴지니 어머니란 이름 앞에서는 저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뭐 좀 드릴까요 하니 글쎄 냉장고에 뭐가 있지 하신다.
쭉 나열을 하다가 요플레 생각이 나서 요플레도 있는데 드실래요 하니 그런데 누워서 먹을 수 있을까, 라시며 하나 달라고 하신다.

수저로 퍼 드릴 생각을 하다가 관이 굵은 빨대를 짧게 잘아 놓은 것이 있어 어쩌면 그것으로 될지도 몰라하는 생각에 요플레 뚜껑을 살짝 조금만 열고 빨대를 꼽아 드렸다.

그런데 의외로 잘 빨아 드신다.
들려드리니 맛있게 재미있게 신나서 드신다.
아주 깔끔하게 드셨다
조금 남을 것도 뚜껑을 떼어 내고 빨대로 살살 긁어 보아 대어 드리니 쪽쪽 잘 빨아 드신다.
우리 예쁜 엄마는 어쩜 못하는 게 없어요 라며 아주 잘하셨어요 했더니 웃으시면 서 이쁜 사람은 다 잘해 그러니 나로 잘하지 하신다.

다시 깊은 잠레 빠지셨다.
거실창문을 열어 놓으니 멀리서 짖어대는 새소리가 잘 들린다. 저 새를 뭐라 하더라 얼른 생각이 안 난다.

어머니는 다시 곤한 잠에 빠져 드셨다.
나도 눈에는 잠이 몰려오는데 자야 하나 어쩌야 하나 지금 시간이 6시 정각이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지난밤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어머니와 여행을 즐기는 기분이라 나쁘지 않은데 이게 이별 여행이지 싶어 그냥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곤하게 잠든 모습을 뵈니 내 마음은 편안해진다.
젊어서 밤잠을 제대로 푹 자본적이 없으신 어머니다.
그러니 기원하듯 빈다.
내 지켜 드릴 터니이 아주 편안하게 푹 주무세요.
그간 부족했던 잠 못 잤던 잠 꿀잠으로 다 주무세요.
이별은 더딜수록 좋으니 서둘지 마시고 그냥 하루하루 저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마음으로 구경 다니면서 실컷 주무시기 바랍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어머니와 나는 이별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들었다.
이것도 여행이라면 행복한 기억만 만들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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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this post is incredibly touching and raw. The intimate glimpse into your night, caring for your mother, resonates deeply. Your detailed description of trying to ease her discomfort, from the fan to the yogurt with a straw, paints such a vivid and loving picture.

The line, "어머니와 나는 이별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들었다," is profoundly moving. It's a sentiment that many can relate to, making this post all the more poignant.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heartfelt moment. It's a beautiful tribute to the bond between a child and their mother. Readers, be sure to read the full post and share your own thoughts and experiences in the comments. Let's offer support and appreciation for @steemzzang's vulnerability and love.

눈물이 나네요.
저도 엄니께 잘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