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이 핀 이유
복사꽃이 핀 이유 뭘까?
알 거 같기도 하고 모를 거 같기도 하고
안다고 하자니 낯이 붉어지고
모른다 하자니 양심이 꼬여 들고
알아도 모른 체 몰라도 모른 체
그게 복사꽃이 피는 이유이다.
한 편의 시로 대답을 회피하며...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서지월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달뜨는 마을을 달려와 내가 먼저 손 내밀면
너는 수줍어 은쟁반 같은 얼굴로
나뭇가지 뒤에 숨어버리고
너와 나의 살을 건드리는 남풍의 하늘은
속절없이 빤히 내려다보고만 있으니
바둑이는 어디 갔느냐
엄마 따라 방앗간에 밀 빻으러 갔는가
내 어릴 적 검정고무신의
피라미떼들은 큰 강물 따라 흘러갔는가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타는 아지랑이 풀밭에 주저앉아
삐삐 뽑으며 숨찬 나를 불러내어
이 언덕 위에 세워놓고서
저만치 눈웃음 흘리며 사라진 세월....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남풍도 선머슴애처럼 보채고 있으니
휘드러진 꽃가지도 손 내밀고 있으니
- 월간 <심상>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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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물론 누구라도 마음을 흔드는 요염한 빛깔이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