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우치다 다쓰루)
도서관을 꽤 자주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의외의 책 제목이다. 모름지기 도서관에는 방문객이 많아야 하고 책도 많이 읽어야 그 사회가 발전이 있는 거 아닌가?
여기에 대한 일본 인문학자 우치다 다쓰루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금 인기 있는 도서나 자기계발서, 부자 되기 등의 책을 갖추고 사람들에게 대출해주는 것은 도서관 본연의 기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서관은 보존하는 곳이다. 책이든 미술품이든 음악이든, 무엇이 보존된 장소에는 어느샌가 모종의 심연이 입을 열고 있어서, 거기에 몸을 던진 사람은 지하수맥에 닿을 수 있다.’(p21)
이것이 사람이 별로 없는 도서관의 진짜 기능이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장서가 서가를 가득 메운 도서관에 가면 사람들은 어쩐지 좀 주눅이 든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은 저리도 많은데 그 중 내가 읽은 책은 0.1%도 안된다는 사실에 어찌 위축되지 않을까. 도서관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무지의 가시화’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모든 활자를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활자 중독자이며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의 연구가이고 자신이 인정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거리에서 자비로 홍보하는 열성을 지녔다. 60여 권을 저술했고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며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지역 문화의 꽃이라 생각해서 독립서점에 강한 애정을 보인다. 인상적인 것은 자신의 글을 어느 누구라도 자유롭게 인용할 수 있게 하는 점. 저작권으로 돈을 버는 시대에 그의 열린 정신과 공동체 의식을 볼 수 있는 것은 책 뿐만 아니라 도장을 열어 신체 단련과 사람들과의 교류를 지속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전국 사서교사들을 상대로 ‘인기 서적’ ‘도서관 이용자 확대를 위한 이벤트’에 과감히 반대하는 자존심을 지키라고 강연한다. 도서관 사서는 학교가 싫은 아이를 위해 '마녀'와 같은 은밀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저자의 철학에 매료된 박동섭 번역가는 우치다의 글을 독점적으로 번역하여 한국에 소개해왔는데 이 책도 한국에서 먼저 출판되었다고 한다. 자기 분야에 철저한 학자나 번역가 모두 존경스럽다. 이런 류의 책은 우리의 마음을고양시키고 돈 벌이와 쾌락을 향하던 마음에 청량감을 주면서 순수한 열정을 되살려 준다.
그러면 저자는 자기 책장의 책을 다 읽었을까? 80% 이상 안 읽은 책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읽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꽂아둔다고 한다.
얇으면서도 잘 읽히고 글도 매끄럽다.
특히 사서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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