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잔 이유

in #zzan21 hours ago

꿈결인지 잠결인지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니도 아파 아파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거나 눈을 뜨지 않아도 무의식 적으로 파악이 된다.
아! 아내가 어머니의 잠자리가 어땠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기저귀를 갈고 있구나...

아내는 하루 일과를 여는 일이 그 일이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일도 그 일이다.
아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제일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어머니의 잠자리를 살펴 드리는 일이니 그렇다.

나는 어머니 옆에서 잠을 잔다고 해도 아주 긴급하지 않으면 그 일을 안 한다.
어머니도 아내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주로 아내가 그 일을 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닐 게다.
다행히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에는 요양 보호사가 하니 아내가 밖에서 마음 놓고 활동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시간에 나도 볼일도 보고 운동도 하고 밭에 가서 일도 하곤 한다.
그러니 이른 아침에 어머니의 잠자리를 보아 드린 후 두 시간 전후로 밭에 가서 일을 하던 걷기 운동을 하던 같이 시간을 같는다.
그리고 들어와 다시 어머니를 실 피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오늘 내가 꾀를 부린 것이다.

잠결에 어머니와 아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는데도 일어 나기가 싫은 것이다.
그다음 코스가 뭔지도 아는데 일어나기 싫은 것이다.
평소에는 내가 먼저 일어나 한 가지 빼고는 다 하는데 오늘은 일어 나기가 싫어 나 운동 안 나가 그냥 더 잘 거야 했다.
그리고는 그냥 잤다.

한 시간은 잤을까, 뭔가 훅하는 느낌이 들어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8시가 넘었다.
늦잠을 자기는 잤네 그런데 왜 늦잠을 잤지, 하고는 두어 시간 전에 나의 의식을 생각해 봤다.
왜, 나 운동 안가 그냥 잘 거야 그랬지...

그때를 생각하니 나의 무의식 같은 의식 속에는 이랬던 거 같다.
나 지금 피곤하니 더 자야 해, 그런데 그 피곤한 것이 콩밭 들깨밭 제초 작업도 다했지, 비가 올까 안 올까를 저울질하며 마련만 하다 설령 비가 와도 주는 게 낫지 싶어 그 뜨거운 데 가서 진딧물 농약도 다 주었지 그러니 피곤한 게 당연한 거야 그러니 나 더 잘 거야 이랬던 거 같다.

지금은 의도된 무의식이 아니라 완전 의식이다.
그래 생각해 봤다.
뭐지, 내가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 뭐지 생각해 보니 한 가지로 귀결되는 거 같다.

그건 긴장이 풀린 것, 이다.
한마디로 군가가 빠졌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 그 정도로 내 삶의 군기가 빠지다니 자연스레 느끼는 게 늙었구나, 이다.

그러면 자동 따라오는 게
그래 인생 뭐 있니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 하다가도 아니야, 아냐! 라며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러는 이유는 할 일이 아직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죽은 귀신 없다지만 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죽을 거야라고 외치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믿는 백이 있다.
그 믿는 백은 우리 아버지 94까지 사셨고 어니니 지금 91세 이신대 지난봄에 넘어지셔 고생은 하고 계셔도 정신 건강은 아주 좋으시다.
그러니 그 백이면 충분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할 수 있다, 를 넘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게 뭔지는 세상이 다 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2025/07//23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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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꾀 좀 부리셔도 됩니다.
너무 열심히 살면 몸이 아파요.

@cjsdns, this is a beautifully raw and honest reflection on the realities of caregiving and aging. The imagery of hearing your wife and mother in those early morning hours paints such a vivid picture of devotion and routine. Your vulnerability in admitting the desire to sleep in, followed by the realization of a "loosening of discipline," is incredibly relatable. It's a reminder that even the most dedicated individuals need moments of respite.

The ending, though, is what truly resonates – that powerful declaration of having "things to do" and the comforting belief in a long and active life, fueled by your family's longevity. It's inspiring! What are some of the things you MUST do? I'm sure we'd all love to hear more about those goals and cheer you on! Thanks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thought-provoking pi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