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는...

in #zzanyesterday

9월이 왔다.
9월이 시작되었다.
비가 내렸나 보다.
잠결에 빗소리를 들었다.

지난밤은 편한 잠자리가 아니었다.
마음이 무겁게 잠자리에 들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무겁다.
그렇게 8월을 마무리했으니 잠자리가 편할리 없다.

선잠이지만 한잠 자고 깨어 보니 1시 반이다.
어제저녁에 불편함 때문인지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나 보다.
뒤척이다 일어났다.
그리고 어머니의 잠자는 모습을 멍하니 앉아 바라보다 물 하시길래 물을 드렸다.
그랬더니 아니, 그거 말고 하신다.
요구르트를 달라고 하시는 것이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없다.

집 냉장고에 가서 요구르트를 가져다 드렸다.
시원하다는 말과 함께 잘 드신다.
아기 같다.
뭐 좀 더 드릴까요 하니 아니하신다.
그리고는 주무시는지 아니면 주무시는 척하시는지 그렇다.
잠은 오지 않고 마음은 아직 어제저녁의 불편한 마음 그대로인 거 같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화가 받칠 때는 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삶의 대한 회의도 느낄 때가 있다.
이렇게 살아 뭐 하지 하는 생각이 온몸을 감싸면 슬픔이 몰려온다.
그러나 이내 그래 이건 아니지 하지만 예전처럼 쉽게 씻어 내지를 못한다.
그냥 서운하고 아쉽고 얄밉고 그러나 어쩌지 못하는 관계의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섰다.
밖은 생각보다 시원하다.
혹시라도 비가 올지 몰라 우산을 들고 나섰다.
공원을 향해 갔다.
시계탐을 한 바퀴 돌고 공원을 가로질러 운동장과 통하는 큰길로 나섰다.
언덕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운동장을 향해 걸었다.

운동장은 암흑세계다.
가로등도 다 꺼졌다.
한두 개는 켜 놓더니 다 껐다.
너무나 야심한 밤에 어둠 속에서 걷다 보면 귀신이 나와서 친구 하지고 할거 같아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공원을 배회하듯 걷던지 아니면 황톳길을 걸을 생각으로 되돌아 내려왔다.

황톳길에 들어서니 물 커 덩이다.
비가 왔으니 당연하다.
발에 촉감은 좋다.
마냥 걸으니 다 잊게 된다.
9월은 8월보다 안녕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 발걸음 하나하나 옮겼다.
황톳길을 30여분 걸었을까 싶는데 한 사람이 온다.
아니. 이 시간에 잠 안 자고 걸으러 나와하는 생각이 들며 나 같은 사람 또 있나 싶었다.

마주치며 지날 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그도 예 안녕하세요 하며 힐끔 쳐다본다.
나도 그를 모르고 그도 나를 모른다.
그렇게 둘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고 돌았다.
시간이 흘러 4시쯤 되었나 싶은데 한 사람 더 온다.
셋이서 황톳길을 돌고 도는데 도대체 저 양반들은 무슨 상연이 있길래 이 새벽에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시 20분쯤 나는 발을 닦고 집으로 향했다.
더 방황하고 싶어도 어머니가 염려되니 내게 그런 호강은 허락되지 않는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공원으로 들어서는 게 보인다.
3 시대와 4 시대가 완연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겨울에도 가끔 3시쯤 나와 걸었는데, 특히 눈 오는 날에는 정말 좋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없는 공원을 걷는 기분,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생각한 거 이상의 풍성함이 쌓이는 그런 시간이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 그거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늘이 9월 1일이지, 그래 그런가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들은 게 귀뚜라미 소리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집을 나서며 첫 번째로 들은 게 귀뚜라미소리이다.
그 소리가 반가웠고 이젠 정말 가을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이야기는 그 반가움 이야기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게 떠올랐다는 것이다.

집을 나서며 첫 인연이 된 귀뚜라미 소리, 그러나 걸으며 잊었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아까 그 생각을 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 반 정도를 무념무상으로 걸었나 보다.
9월의 안녕을 기원하며 걷다 보니 모든 걸 잊었나 보다.
이제 9월이 시작되었다.
9월은 모든 면에서 모든 이에게 8월보다 더 좋은 그런 달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손흥민 이야기를 봤다.
계약금 전부를 기부했다고 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빈곤지역 아이들을 위한 축구장을 짓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가슴 뜨거워지고 뭉클해지는 소식이다.
정말 멋진 사나이다.

오늘 접한 소식이 좋다.
귀뚜라미 노랫소리와 손흥민의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운 기부 소식
아무래도 나의 9월도 좋은 소식이 있을 거 같은 예감이 든다.
내 어제 8월 마감은 즐겁지 않았으나 오늘 시작을 보면 9월은 좋을 거 같다.

스티미언 여러분 9월은 즐겁고 행복합시다.
인생 뭐 있나요.
오늘이 즐거운 게 내일도 행복하게 됩니다.
그냥 즐거운 척이라도 해서 행복한 9월 만들어 봅시다.

감사합니다.

2025/09/01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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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dns, what a beautifully introspective and relatable post! I was immediately drawn in by the raw honesty of your reflections on a restless night and the weight of everyday concerns. Your vivid descriptions of the pre-dawn walk, the eerie darkness of the park, and the simple joy of the wet Hwangtoh path really painted a picture in my mind. The way you connected with the sound of the cicadas and Son Heung-min's generous act is inspiring. I appreciate your call to embrace happiness in September. A sentiment I think resonates with many in our community! Thank you for sharing this intimate slice of life and sparking thoughtful contemplation. I hope your September is filled with good news too!

천운님도 행복한 9월 맞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