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도 이렇게 환호할 수 있으면 좋겠다.

in #zzan4 days ago

평소보다는 좀 늦게 6시 반쯤 밭엘 갔다.
딱히 서둘러할 일도 없기도 했지만 늦잠을 잔 이유이기도 했다.
어제저녁을 먹으면서 한 이야기가 있다.
들깨를 심으려 해 놓은 비닐 멀칭 이 다섯 줄이나 남았으니 콩을 직파를 하던지 아니면
포토에 모종을 만들자고 했다.
직파를 하면 편하고 간단한데 새들이 와서 파먹어 낭패를 보기 일쑤이니 포토 모종을 할까 직파를 할까 망설이다
포토 모종으로 키워 옮겨 심자고 결정했다.
그것도 몇 개 안 되니 먼저처럼 집에서 할까 밭에서 할까 이야기를 하다 밭에서 하기로 결정 봤다.

개봉해서 쓰던 상토를 차에 싣고 밭으로 갔다.
밭을 둘러보니 환희의 물결이 넘친다.
천여평 되는 밭에 반은 옥수수가 무럭무럭 자라서 밀림을 이루고 있고 나머지 반의 대부분은 며칠에 걸쳐 심은 들깨가
어제 살짝 내려준 비 덕분에 들깻모 모두가 새집에서 아주 기운차게 양손을 흔들어 환호하듯 환하게 웃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저렇게 윤기 나게 웃고 있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밭을 일일이 고랑마다 두루 다니면서 둘러보았다.
키가 나보다 커진 옥수수도 그렇고 갓 옮겨 심어 아기 손보다도 작은 들깨들도 새 터전이 마음에 든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밭을 둘러보고 콩 모종을 만들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으나 아직은 괜찮을 거 같고 시험적으로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포토 모종을 했다.
총 다섯 판을 만들었는데 포토판 하나에 72개의 모종이 만들어진다.
5개이니 360개의 모종이 만들어진 셈이다.
만들어진 포토를 나란히 놓고 물을 흠뻑 뿌려주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밭에 들어섰을 때의 느낀 감정은 오래갈 거 같다.
비가 와주면 좋겠다고 어제 아침에 이야기를 했는데 하나님이 그 말을 엿듣기라도 했는지 날이 흐려지더니
비를 내려주었다.
그런데 그 비가 그냥 비가 아니라 자장가 불러주듯 살살 보듬어가면서 뿌려주는 그런 비였다.
그러니 깻모들 모두가 화색이 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걸 느꼈고 부러워서 나도 내 인생도 이렇게 환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합니다.

2025/07/05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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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dns, your post is absolutely radiant! The way you describe the farm coming alive after the rain is incredibly evocative. I could almost feel the gentle rain and see the sesame seedlings thriving! The image of the corn stalks forming a "jungle" alongside the vibrant sesame is so vivid.

I especially loved how you connected with the land, expressing a desire for your own life to mirror the joyful flourishing of your crops. Planting the bean seedlings, despite the late start, shows such dedication and a beautiful connection to nature's rhythm.

This post is a wonderful reminder to appreciate the small miracles around us. Thank you for sharing this heartwarming glimpse into your farm life! What varieties of beans are you planting? I'm curious to know how the seedlings will develop.

그쪽은 간혹 소너기가 오는군요. 서해안쪽은 꽤 가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