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니고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한 백 년 살기를 하는 꼴 보면 만백 년 살 것처럼 하며 산다.
그러나 그 만백 년 살 거 같은 세월은 하루살이의 평생이려나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은 가는 줄 알게 가는 줄 모으게 간다.
아들이 왔다.
이 아들이 나 어릴 적에는 세상에 없던 아들이다.
내 거 커서 장가가고 낳아 놓았더니 그놈이 컸고 어느새 40을 넘겼다.
그럼 그놈만 나이를 먹은 게 아니라 나도 먹었고, 나는 한다 하는 재벌 회사에 대리가 그렇게 멋있어 보였고 유능해 보였고 부러웠는데
어느새 자랐는지 취직을 한다 해서 그런가 했더니 그놈이 이제는 세월을 먹더니 직장 생활 잘할까 싶었던 건 기우였고 신통하게 생각했던 대리를 주임딱지 떼며 달더니 어느새 과장이고 차장 하더니 이제는 그것도 아닌듯하여 집에 온 김에 넌 직급이 직책이 뭐니 하니 부장이란다.
부장이 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아 이러니 저러니 하니 그렇다는데 이놈이 그럼 너 연봉은 어떻게 되니 하고 우물쩍 넘어간다.
달랠 것도 아닌데 이놈아 얼마야 하니 그냥 얼마 정도 돼요 하는데 야, 그건 너 그 회사 스카우트되어 갈 때도 그거였어 하니 본봉이요 한다.
그리 이야기하니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데 굳이 더 알려고 할 것도 없다.
왜냐 하면 그놈이 버는 돈이 내게로 흘러올 가능성은 0이요, 내게서 흘러갈 가능성은 100이다.
그러니 더 알면 뭐 할거나 싶어 묻기를 포기하고 그래 건강하게 가족 잘 챙기며 살면 된다.
그런데 손자 한둘 낳아주면 얼마나 좋겠다.
옥수수 먹으러 와줄 손자 없이 혼자 덜렁 오니 이걸 반갑다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식이니 뭐라 할 수도 없다.
세상이 변했다.
변해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내 새끼라도 너 장가 언제 갈 거니 시집은 언제 갈래, 사귀는 사람은 있니 없니도 물어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고 더나 가서 결혼을 했어도 아이는 언제 날거니 몇이나 날거니 라며 아예 아이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더 부담스러워서 지식에게도 그런 말을 못 하거나 안 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즈들끼리 지지고 볶고 간에 잘 사면 더 바랄 거 없다.
애라도 하나 낳아 놓고 갈라서네 어쩌네 하며 아이 시부모에게 떡하니 던져 놓지 않으면 그것도 고마운 일이다.
요즘 주변에 보면 그런 모양새가 많다 보니 이젠 그런 것도 다만 불편할 뿐이지 흉도 아인세성이다.
여하튼 세상이 변하는 게 엄청나게 빠르게 변한다.
변화무쌍하다는 말이 얼굴붉힐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내 경우도 조금 과장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세월부터 노인이나 부모 공경은 물론 시묘살이가 낯이 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에서 버림받는 첫 세대라더니 더 진화하여 자기 발로, 옛말로 치면 고려장을 하러 가야 하는 시대거 되었다.
첨단도 좋고 변화도 발전도 좋은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양식만 바뀌는 게 아니라 먹고사는 양식도 바뀐다.
이쯤 되면 배현진 국회의원의 소정의 절차 이야기가 연상되는 분도 있을 거 같은데, 여하튼 식생활이 바뀌다 보니 체격은 물론 성격도 바뀌어 나중에는 민족성까지 바뀔지도 모른다 할 것이다.
천년만년 살 거 같지만 시실 한 백 년 살기바쁘쁜게 인간들의 삶이다.
그렇지만 우리 세대의 경우 개념상 세월은 한 백 년 일지 모르나 실지 살아낸 세월의 변화무쌍을 과거 수백 년 수천 년의 변화보다 더한 변화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니 한백년이 한 천년 같은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뭘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한다.
한백년을 천년쯤으로 생각하고 산다면 뭘 해야지 생가하게 된다.
사실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지내 놓고 보면 100년이나 천년이나 거기서 거기다.
지내 놓고 보면 100년이나 천년이나 거기서 거기다.
백 년 전의 사람이나 천 년 전의 사람이나 결국 과거의 사람이고 흘러간 세원이다.
그렇다면 다시 올 세월에도 약간의 양념을 치다 보면 지난 세월 역사, 혹은 흔적 있는 없는 세월이 될 것이다.
오늘 이야기는 이거다, 한 백 년 살기를 뭐 그리 아 등바둥하면서 살아야 해 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하면서도 결국은 아등바등하면서 살아간다.
한 백 년 살기를 천만년을 살 것처럼 하고 산다.
그러나 천만년을 산다 해도 바뀔 것도 없다.
아둥바둥이라는 말에 시간 개념을 넣어 버리면 백 년이나 천년이나 그냥 그것이지 특별히 달리 나올 게 없어 보인다.
굳이 위안을 하자면 인간으로서 인간의 유전자를 후대로 넘길 수 있는 일에 충실했다면 그 무엇을 잘했네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일을 한, 세상에 온 보람을 느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다.
인간도 그렇다.
결국 남길 수 있는 것은 , 남겨야 하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가 전부인듯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길 수 있는 것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
그 외 것들은 남겨도 남긴 것이 아니고 결국은 세월 속에서 녹아 사그라들 뿐이란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아등바등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아니다.
나부터도 아니 그렇다.
그냥 하루하루를 아등바등하면서 살다 보니 그냥 한세월이 간 것이다.
아니 느긋하게 사는 거 같아도 지내 놓고 보면 또 느긋한 게 산 삶이 아니다.
그냥 , 좋은 말로 열심히 사는 것인데 그 열심히가 결국 우리의 인생을 쥐도 새도 모르게 녹여가고 있는 거 같다.
백수가 과로사를 한 더 더니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되고 보니 더 바쁘다.
인생은 그렇다, 뭘 해서 바쁜 인생이 있고 뭘 안 해도 바쁜 게 인생이다.
정말 느긋하게 사는 것이 뭔지, 느긋하면 살면 정말 좋은 것인지, 느긋하게 살면 지구의 자전과 공전도 느긋해지려나
어느 땐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아무리 느긋해지고 싶어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으로 느긋해질 수 없다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단 일초라도 같은 곳에 머문 적도 머물 수도 없다고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또 다른 세상에 나온다면 몰라도...
감사합니다.
2025/08/02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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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오늘도 아둥바둥 했케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