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h에 대한 단상
라다크가 모두에게 개방된지 70년대부터니 오래되었다고 보기 어려운건 아닐까? 아마 내가 태어난 70년대라서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23년 처음 이곳에 오기 전 아주 신비스럽게 느껴졌고 다른 나라의 방문보다 기대심과 두근거림이 많았지만 이번이 두번 째니 시나브로 익숙해진 기분이다. 익숙해지면 호기심에서 보지 못했던 담담한 매력이 살살 드러난다. 사람에 대한 느낌도 그것이 좋든 싫든 익숙해지면 이해의 모드로 변화되고 그때부터 진정으로 그 사람에 대하여 알아가게 된다. 그 사람의 가치가 익숙해짐 속에서 부정적인 흠결을 넘어서 다른 이에게 큰 울림을 주면 좋을 텐데...
이미 전지역이 문명화된 나라는 아무리 시골이라도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은 편의성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언어 소통에 대한 어려움도 AI가 통역을 손쉽게 대신하니 혼자서 여행하는데 그렇게 큰 불편이 없다. 번잡함을 떠나 이국적 자연 경관에서 안락을 목적으로 떠나는 동남아 여행 등도 물가의 저렴함 때문에 신분이 상승된 기분 정도 즈음? 물론 이런 목적으로 여행해 본 적은 없었다. 라다크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히말라야 지역의 높은 고산적 특성과 힌두, 이슬람, 불교의 영성 문화가 자연스럽게 버무려져 있어 그곳에 가기만 하면 뭔가 신비스러움이 띠로리 들어올 것 같은 기대감도 있다. 여기에 한국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건 낯선 나라 사람이 우리 경관에서 느끼는 정돈된 자연과 다른 아주 날 것의 맛이다. 예를 들어 지구적 범위를 벗어난 것 같아서 화성 혹은 달의 사진에서 보여지듯 황색의 커다란 산줄기와 사막화된 평지의 황량함 앞에 서 있는 벌거벗은 우주인이 된 기분이다. 그러다 계절을 탄 라디크 고산의 빙하가 녹으면서 흐르는 계곡 사이 비취 빛 물 줄기 주위로 모여드는 얇고 호리호리한 이등변 삼각형의 초록빛 띠무더기들의 연결과 그것을 품은 거대한 황색의 산줄기에도 그 등에 드문드문 얼룩진 초록빛 반점이 용의 비늘처럼 면면히 이어지고 그 너머의 배경엔 아주 맑고 푸른 하늘 위로 몽글 몽글 솜사탕으로부터 흩어진 흰 구름의 하얀색 터치가 병풍처럼 둘러 치니 그 앞에서 자연스럽게 숨을 멈추는 감탄사와 더불어 방금 본 풍경이라도 금새 잊혀진 듯 다시 셔터를 마구 누르게 만든다.
그러나 레(Leh)는 다르다. 아주 오래전 실크로드의 무대였던 것처럼 이곳은 단지 머무는 주막에 충실할 뿐 방분자의 목적지가 아니다. 지역적 특성과 다양한 문화의 어설픈 버무림으로 방문자에게 다소 부족한 고향의 향수를 맛볼 수 있는 정도의 편의를 제공해주지만 그것이 또한 레의 매력이다. 시끌벅쩍하지만 코스모폴리탄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투박하게 문명적 상술과 순박함이 공존한다. 간간히 들려오는 이슬람의 찬송가와 갑작스런 정전, 밤의 고요함과 함께 기지개를 펴는 개그지들의 울부짖음, 해가 뜨며 시작되는 사람의 활동과 잠들 시간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뛰뛰 빵빵의 소란함, 신선한 공기는 온데 간데 없이 매캐한 매연 냄새, 여기에 간혹 마주치는 능청스런 소와 당나구의 거들먹거림, 미로 같이 좁은 골목, 그렇지만 치안이 두렵지 않은 그런 도시 마을이다.
25년 라다크의 여행 일정은 오늘 밤으로 마무리 된다.
25년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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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Wow, @peterchung, your "25년 라다크 여행 일지" is absolutely captivating! The way you weave together the raw, untamed beauty of Ladakh with the gritty, authentic reality of Leh creates such a vivid and immersive experience for the reader. Your descriptions, like "벌거벗은 우주인이 된 기분," are pure poetry!
It's fascinating how you capture the essence of Ladakh's unique blend of spiritual cultures and its stark, almost otherworldly landscapes. The contrast you draw between the easily accessible comforts of modern travel and the truly transformative experience Ladakh offers is spot on. This post isn't just a travelogue; it's a thoughtful reflection on the value of embracing the unfamiliar and finding beauty in the unexpected.
Thank you for sharing this incredible journey with us! I am looking forward to your next blog post. Have you tried local cuisine, like momos? Do let us know!
Ladakh seems to be beautiful natural area, beautiful mountains and such blue sky :)
@peterchung, just wanted to share with you that in couple of days I am going to delegate the rest of my Steem Power to "abb-curation".
Thank you very much for being my companion and your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