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임플란테이션(Implantation)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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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골 동굴 수도원(Shargol cave monastry)은 2001년 제작된 영화 Samsara의 배경이 되었던 사찰로 라다크에 오기 전 동굴 수행터를 찾다가 알게 된 곰파다. 라다크의 기타 유명한 사찰과 달리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개인적 취향과 어울려 보였다. 작은 것의 매력은 우선 위압감이 없고 친근하다. 자연의 거대함, 웅장함에서 느껴지는 위협감 보다는 아담한 사이즈 때문에 적절하게 안배된 소박함과 세련됨으로 문명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소확행형 곰파라고 부를까? 이미 자연에서 멀어진 도시인에게 부담 없이 가까워질 수 있는 매력으로 영성은 그렇게 다가가야 한다. 포카르 종에서 레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눈에 띄어 @choonza에게 저기! 저기! 가고 싶었던 곳이라고 때 쓰듯이 말하자 싱게가 차를 멈추었다. 우뚝 솟은 절벽 중간의 사찰로 계단이 없으면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야 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었다. 절벽 중간에 자연스럽게 패어진 넓은 공간이 수행자들의 명상 은신처로 적합했을 것이다. 지금은 하얀 벽을 한땀한땀 때워 수행하기에 아늑한 집이 된 셈이다. 포카르 종보다 세련되고 반(半) 자연스럽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소박한 절 집 같아서 내부로 들어가서 앉아 보고 싶었다. 그리고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면 어떨까? 블랙블루의 밤 한가운데서 가부좌를 하고 곰파 창에서 스며드는 초롱초롱 별님들과 달님의 빛 손길이 우수수 내 눈에 맞닿아 즉각 일어나는 감성은 얼마나 경이로울까? 계단이 없던 시절 조심조심 올라와 자리 잡았던 수행자의 낭만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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