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일기 #201
2025.7.7(월)
뉴욕여행 둘쨋날. 멕시코 이사와 뉴욕 밤비행의 여독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둘쨋날 아침이 밝았다. 피곤이 풀리지 않아서 아침에 눈뜨는것 조차 힘들다. 오늘은 자유의 여신상 투어와 모마미술관이 계획되어 있다.

호텔조식은 파니니와 음료, 요거트, 그리고 컵과일이 전부. 더 먹으면 추가요금을 내야 한단다. 뉴욕인심이 장난 아니다. 내 생각엔 전세계에서 가장 삭막한 인심이다.

처음엔 지하철 적응이 안됐는데, 몇번 타보니 이제 탈만하다. 리버티섬 왕복 크루즈 선착장까지 열 정거장. 뉴욕에 있는동안 가장 많이 타고 다니는 라인이 R, W 라인이다.

배터리파크에 도착 시티패스로 미리 10:15분에 예약했는데, 아침에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10:30분에 도착했다. 이왕 늦은거 여유롭게 찾아갔다. 설마 안태워주진 않겠지. 살짝 먹구름이 있지만 오히려 땡볕보다는 이게 낫다.

와...
이건 뭐 피난선인가. 크루즈선 타는데 땡볕에서 이렇게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정말 다행인 건 약 15분마다 배가 한 대씩 출발한다는 것이다. 많이 기다려도 30분 정도면 배를 탈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을 데려 온 가족들은 자유의 여신상 보러가는 길이 참 곤혹스러울 것 같다. 여기 두명의 중학생도 입툭튀...

크루즈선을 타고 15분만에 리버티 섬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자유의 여신상. 오늘 그 소원을 이뤘다. 그런데 자유의 여신상이 생각만큼 대단히 크지는 않았다. 자유의 여신상은 19세기 말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 줬단다. 그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땡볕에 리버티섬을 둘러보고 나서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한 잔 마셨다. 살것 같다.

기념품샵은 미친 가격. 비싸도 정말 비싸다. 마그네틱 몇 개와 큰아이가 원하는 회중시계 하나를 샀다.

돌아가는 길도 땡볕에서 기다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처음 왔을 때보다는 조금 수훨하게 크루즈에 탑승했다.

아침부터 땡볕에 진을 빼고 났더니 허기가 졌다. 근처 차이나타운 딤섬집을 가려고 카날 스트리트에서 하차했다. 차이나타운은 뭔가 분위기가 남다르다.

배우 이서진씨가 먹어서 핫플이 된 딤섬식당. Jing Fong... 식당 아주머니들이 우리가족이 중국인인줄 알고 계속 중국말로 이야기 하시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테이블 옆에서 딤섬을 직접보여주고 주문하면 즉석에서 바로 테이블로 올려준다. 그래서 주문이 어렵지 않다. 뜨끈뜨끈한 딤섬이 내 입맛에 잘 맞았다.

식사를 마치고 딸아이가 팝마트를 꼭 가야한다고 해서 다시 이동을 했다. 911메모리얼 박물관 그처에 있다고 헤서 겸사겸사 찾아갔다. (지하철을 몇번 헷가려서) 어렵게 찾아간 팝마트. 아직 그랜드 오픈 전이라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행이 작은아이가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9.11 테러 당시 나는 군대에 있었는데 전군에 비상이 걸렸다. 전쟁나는 줄 알고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에 연평해전도 있었으니... 그 당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었다.

15년 전 출장갔다 오는 길에 이 곳 '센추리 21' 아울렛에서 큰아이의 겨울외투와 옷 몇개를 샀던 기억이 났다. 외관은 공사중인데, 내부는 그때보다 훨씬 넓고 좋아졌다. 할인도 많이 해서 아내가 내 옷을 몇 개 사줬다.

월스트리트 황소성기를 만지면 부자가 된다고 해서 네식구 모두 황소를 찾아 나섰다. 핸드폰 배터리를 다 써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커피숍에들어가 잠깐 쉬었다. 커피와 빵이 맛있었다.

드디어 찾은 황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졌는지 황금황소가 엉덩이 부분만 손 때가 묻어서 색이 바랬다. 차례대로 줄을 서서 황소를 만지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어주는 사진작가도 있었는데, 팁만 받고 사진은 무료로 나눠줬다.(팁 안주고 받아가는 사람도 있다. 팁은 자유) 사진찍는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화기애애했다.

하루종일 배타고, 걷느라 온몸이 너덜너덜 녹초가 됐다. 배가 고파서 호텔바로옆에 있는 한인식당 '초당골'을 갔다. 요즘 이곳이 매우 핫한지 갈 때마다 줄을 길게 서있다. 예약을 하고나서 50분만에 자리를 받았다. 김치비지, 깻잎닭갈비, 불고기전골 이렇게 사먹었다.

식사후 아이들은 호텔에 넣어두고 아내와 둘이서 뉴욕시내를 걸었다. 멕시코에서는 이렇게 밤에 거리를 걸어다닌적이 없었다. 멕시코는 워낙 험한 사고가 많은 곳이라 밤에 걸어다니기 무서웠다. 오랜만에 이렇게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추적추적 비도 한 방울 씩 떨어졌다.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슬리퍼를 신고 나왔더니 오래걸으니 발목이 아팠다. 잠깐 쉴 겸, 아내와 커피한잔 할 겸해서 파리바게트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한국 케이크 구경도 실컷했다. 밤에 더 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오늘은 커피만 마시는 걸로. 원래 모마미술관을 갔어야 했는데, 일정을 맞출 수가 없어서 가지 못했다. 내일을 기약해봐야지. 이렇게 뉴욕 둘쨋날 여행이 끝났다. 내일은 뉴욕의 마지막날. 항공모함 투어와 파인다이닝, 그리고 알라딘 뮤지컬 관람이 계획되어 있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