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所長錄] 기대하고 실망하기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음의 힘이 없으면 실망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실망감이라는 게 포기와 바꾸지 않은 마음의 결과이기 때문에 포기로 보존한 에너지의 몇 배로 가중됩니다. 실망감은 추락의 감정이니까요.
가속된 그 힘을 이겨내는 힘을 회복탄력성이라고도 부르나 봅니다.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하는 일은 바닥을 텀블링 매트로 깔아놓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요. 대부분의 바닥은 딱딱하기 그지없고 멘탈을 박살 내놓기 마련입니다. 깨진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기어오르는 힘이 마음의 힘입니다. 그 힘이 있는 사람만이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연습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약한 마음들이 기대하기를 금물로 여깁니다.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쉽게 기대라는 에너지를 포기에게 넘겨주고 안전지대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뱅글뱅글 제자리를 도는 쳇바퀴는 아무리 달려봐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제로썸 게임일 수밖에 없습니다. 멈출 수가 없으니까요.
그 지점. 멈추는 지점. 그것을 기대하고 실망하기가 가지고 있습니다. 멘탈을 박살 내 버리는 바닥 말이죠. 추락하는 마음은 그것과 헤딩을 하고는 산산이 부서져 비로소 쉴 수가 있게 됩니다. 참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쉼입니다. 얼마나 홀가분한지 아십니까?
홀가분의 정도는 '전력全力'의 정도와 비례합니다. 전력을 다한 만큼 홀가분합니다. 그러나 뭔가 미진했다면 딱 그만큼 찝찝할 겁니다. 뛰어내렸더라도 잔뜩 몸을 사렸다면 어디 나뭇가지에라도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지도 모르죠. 겁먹은 마음이 말이죠. 바닥을 친 것도 들려 올라간 것도 아니니까. 발은 닿지 않고 손도 허공을 휘젓고 있으니, 버둥버둥 참으로 못 할 짓입니다. 지푸라기 잡기 말이죠. 그건 포기보다 비참합니다. 박살 나지 않았으니 쉼도 없고, 매달렸으니 기어 올라갈 수도 없습니다.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기만을 바랄 수도 없습니다. 대롱대롱 매달려서는 오도 가도 못하니까요. 떨어져 내리기는 두렵고 계속 매달려 있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입니다. 잠도 잘 수 없고 걱정을 멈출 수도 없습니다.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인생 연습은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이 전부입니다. 보자기 둘러메고 계단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해, 글라이더를 메고 산 중턱에서 떨어져 내리다가, 나중에는 낙하산 메고 비행기에서 떨어져 내려도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복하구나' 탄성을 지를 수 있게 된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면. 그 낙하의 에너지를 행복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이들이 뛰어내리고 또 뛰어내립니다. 어느새 마음의 힘이 단단히 자라나고 자라난 마음은 어깻죽지에서 날개를 밀어 올립니다. 나도 모르게 날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 순간, 그 순간이 찾아오고 맙니다.
기대하고 또 실망하세요. 기대 없으면 실망도 없고, 실망 없으면 마음의 힘이 자라날 일이 없습니다. 물론 기대 없으면 미래도 없고, 포기로 점철된 마음은 쪼그라들다 점이 되어버릴 뿐입니다. 포기가 만연한 사회에는 발목잡기 놀이가 유행한다지요. 나 혼자 점으로 남기엔 억울하니 타인의 기대를 공격하는 겁니다. 먼지 가득한 사회가 되어 대기가 혼탁해져야 뛰어내리는 이들이 사라질 테니까요. 그런 건 요리조리 피하고 어디서든 뛰어내리기를 멈추지 맙시다. 우리는 낙하하고 날아오르는 존재지, 제자리뛰기를 사명으로 여기는 러닝머신이 아니니까요.
포기를 내려놓음으로 포장하지 마세요. 당신은 뭔가를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회피를 신중함으로 속이지 마세요. 당신은 결정이란 걸 내려본 적도 없습니다. 매번 떠밀렸지. 기대로 무장하고 수많은 선택지 사이로 몸을 내던집시다. 지구는 둥그니까 어디로 가든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어 있고, 실망하고 또 실망했더라도 단단하게 자라난 마음은 사막에서도 길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피곤하지만, 지치겠지만. 그러려고 먹고 자고 자라난 거니까요. 가만 앉아서 포기와 바꾼 에너지는 모두 엉덩이로 몰려 한없이 무거운 중력의 힘을 따라 옆으로만 퍼져 나갈 테니, 우리는 중력 마사지를 받아 가뿐해진 마음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갑시다.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한 마음이 펼쳐놓은 꿈 꾸는 세상으로 말이죠.
iknow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