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포탈들, 인연들 그리고 우리들의 아마존

이미 태어난 우리는 인연의 인드라망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천국이지. 인연 말이다. 모두 지독해하는 그것은, 실은 만물이 바라 마지않는 그것이었음을 우주미아가 되어보면 알 수 있다. 암흑 속에서 혼자 둥둥 떠 있는 그 기분이란.
감사한 거야. 망에 접속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뜨겁게 한다. 산속을 헤매다 멀리 반짝이는 민가를 만나보았니? 심지어 그게 강도의 소굴일지언정, 인연이 반갑고 그리운 것이지. 그게 사람이고 인생이고 그래서 축복이고.
인연들의 기억을 모두가 차곡차곡 쌓고 지금, 여기에 있다. 홀로 선 것이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연결된 인연의 네트워크 어딘가, 교차하며 뻗어나가는 매트릭스 속 좌표 어느 지점에서, 위아래를 올려다보며 한 블록 떨어진 너에게 손을 내밀었지. 가느다랄지언정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인연의 실이 우리를 연결하고 있으니, 기왕이면 손잡고 어깨 걸고 우주를 날아가 보자고. 때론 어떤 뿌리쳐진 손이, 누군가의 외면한 손이 야속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지만, 멀리 가지도 못한다. 망이란 그런 거야.
혼자서 포탈을 잘도 넘나들었다. 하나 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여럿이 더 신이 나니까. 나의 포탈뿐 아니라 너의 포탈, 우리들의 포탈이 여기저기서 열렸다 닫혔다 하니, Here we are! 하지만 마법사는 자주 혼자였어.
complacent,
얼떨결에 시작된 영어 공부 중에 이 단어를 마주치고는 숨겨진 인연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그래, 그러면 어쩌겠어. 생은 무한하니 언젠가 또 만나겠지.' 작별 인사를 꾸벅했더랬지. 그래도 포탈은 불시 오픈, 정시 폐쇄. 그러니 마법사는 또 떠날 수밖에. 기다리는 너를 위해. 다른 생을 위해.
첫 번째 책을 출간하고 책 한 권 내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책은 어쩌다 훌러덩 나와버렸어. 게다가 쓰려던 글도 아니었는데. 지난해, 빈털터리가 된 춘자의 돌핀호텔행 여비에라도 보태보려고, 뭐라도 하자며 일주일 만에 써버린 책이 <숨겨진 포탈들>이었다. 집필은 일주일만이었어도, 마법사의 순례 여정이 담긴 대장정의 기록이다. 직관에 이끌려 33개국 220개 도시를 거치며 찾아낸. 그만큼이나 되었더라고. 희년을 정리하며, 얼마나 이끌려 다녔나 세어보았지. 그러니 그 속에 숨겨진 인연들은 또 얼마나였을까? 텀블벅 펀딩을 하며 공고만 덩그라니 내놓기 뭐해, 프로모션용으로다가 인연들의 사연을 슬슬 적어보았는데, 그게 소설이 되어 마법사의 세 번째 오피셜 북이 될 줄이야. 어랏, 소설가가 되어버렸네?
소설가 마법사라, 멋지지만 이건 소설이 아니라고 완강히 거부한다. 우리의 세계에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없다고.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거듭되는 환생, 수많은 생이 교차하는 포탈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인연뿐. 너와 내가 만나게 된 그것, 다시 만나게 될 그것, 이미 만났던 그것. 그것은 환상 같은 현실 속에서도, 현실 같은 소설 속에서도, 언제나 'Now' 그 자체인 것을 너는 아니? Do you know? 그게 진짜 사실이야.
그 이야기들의 아주 작은 일부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또 다른 인연들을 부르겠다고. 그리고 어머니 춘자는 이 아이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아마존의 대양에 던져 넣을 준비를 마쳤단다.

누가 이 거대한 아마존 밀림 속에서 우리와 닿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빈털터리를 감수하며 박박 기어 도달한 대륙 여기저기에서의 인연들이 먼저 아마존에 선전을 포고 하였고, 아마존의 전사들은 침묵으로 환영하며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물밀듯 밀어닥칠 봄의 아이들이 낙하를 시작했으니까.
읽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너의 이야기니까. 하지만 천국에 가면 AI 염라대왕이 네게 물을 거야.
'너가 걔냐? 숨겨진 인연들에 나온?'
"인드라망은 우주와 존재의 상호연결성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인드라(제석천, 불교의 수호신)의 궁전에 걸려 있는 거대한 그물을 상상한 것으로, 그물의 각 교차점에는 반짝이는 보석이 매달려 있습니다. 이 보석들은 서로를 비추며 반사하는데, 하나의 보석에 변화가 생기면 모든 보석에 그 영향이 반영됩니다. 즉, 모든 존재와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전체가 하나에 반영된다는 상호의존성의 철학을 나타냅니다." _ by Grok3
만원이다. 전자책이니 인드라망에 접속하렴.
아, 그리고 이건 스팀잇에 연재된 바로 그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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