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8 days ago

그늘은 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밝혔다
어젯저녁 지는 해가
빨랫줄에 널어두고 간 노을을 걷고
별들의 길을 열어주었다

소쩍새가 울음을 그치기 전부터
여울 물살에 그물을 던져놓고
금빛 윤슬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지만
번번이 그물코를 빠져나갔다

혼자 있을 때면 저절로 손이 가는
아물지 않는 상처에
씻은 듯이 낫는다는 별을 닮은 윤슬은
옹이가 된 그늘을 품은 사람이
뜬 눈으로 새해 첫날 첫 해를 맞이한 손에만
내린다고 했다

즈문 밤을 잠들지 않던 그늘이
먼산으로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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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고재종

나뭇잎 그늘이 일렁일렁
오솔길을 쓸고
오솔길에 무늬를 짠다

나뭇잎 그늘 없는
나뭇잎이 어디에 있는가

나뭇잎 그늘에
누워 마음의 상처를
쓸지만 상처 없이는
생의 무늬를 짜지못한다

아. 사랑의 그늘은
나를 이윽하게 하지
이윽함 없는 봄날은
찬란히 갔지

나뭇잎 그늘이 일렁일렁
내 생의 이정(里程)을 쓸고
그 이정의 무늬를 밟으며

나는 이제 막 중생의
하루를 통과하는데

시방 눈앞에 일렁이는 게
나뭇잎인가 그 그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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