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28.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평생 드러눕는 일ㄹ이라고는 없는데 들일이랑 집안이랑 얼상겉이 해놓고 내 혼자 줄지갈지 할라니께, 남 안 사는 세상을 사는가?
성한 꼴을 보아도 부아통이 터져 죽겄는데 일은 얼상 겉고 장골이 해장작맨치로 방구석에 나자빠져 있이니 농사는 누가 지으며 내가 멋이 좋다고 논 매고 밭 매고 길쌈할꼬.
햇빛은 물방을 같이 공중에서 번득이고 있었다. 바라다보이는 음내길에는 장을 보러 가는 장꾼들이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강가둑에 소를 내버려두고 목동들은 물장구를 치며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4장, 하늘과 숲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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