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9.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살아서는 햇빛을 막고 흙의 양분을 독차지하더니 이제 목숨을 다한 보리뿌리는 썩어서 목화의 거름이 되는 것이다.
어둡기도 전에 반달이 나와 있었다. 들판이 꺼무꺼무하게 얼룩진 것같이 보인다. 멀리서는 벌써 여우 우는 소리가 났다.
짐승의 울음 같은 저주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 토지 1부 1권 18장, 유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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