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새알심 떠오르는 동지팥죽 가마에서
날숨처럼 쏟아내는 수증기가
마당을 한 바퀴 돌아
울타리를 넘어가면서 겨울은 시작된다
정월도 고개를 넘는 열나흘 밤
구름사이로 술래가 되는 달그림자와 마주앉아
볏섬처럼 크고 속이 꽉 찬 섬만두 빚는 손끝에서
겨울은 순해진다
소한 대한 같이 겪으며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마음을 눙친 겨울
뒷짐을 지고 헛기침을 하며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산모롱이를
성큼성큼 돌아간다
겨울 사랑 / 고정희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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