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연두에 겨운 이파리들이
짙은 초록으로 달아오르는 6월
먹물 한 번 잠기지도 못하고
눈을 감는 붓꽃을 흔들어 깨우던 바람이
모 포기들이 줄맞춰 서있는 논배미에서 울리는
개구리들의 아카펠라에 귀를 기울인다
혼자 울어도 슬픔이야 삭겠지만
떼를 지어 울어젖히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볼록한 배로 꼬리를 흔들때부터 알았다
6월이 여린 연두를 버리고
검푸른 분노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6월에 쓰는 편지/ 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록색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싸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그곳에 계시는지요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absolutely stunning! This post is a breath of fresh June air on Steemit. The way you weave 허후남's poetry with that vibrant image creates such a powerful and evocative atmosphere. I especially love how the poem captures the essence of June, from the delicate green leaves turning a deeper hue to the collective "acapella" of the frogs – a beautiful metaphor for change. The imagery of writing a letter on a 감나무 leaf, detailing the "지독하고도 쓸쓸한 그리움" is incredibly poignant.
Thanks for sharing this gem with us! I'm sure many others will find solace and inspiration in your post. What does this poem mean to you, @j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