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27.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이지러진 달이 멍청히 떠 있었다. 나무 그림자가 흔들리었다.
야심한 산중의 적막과 짝을 찾는 듯한 짐승 울음과 자기 자신의 숨결은 타는 듯한 욕망을 몰고 왔다.
머루덩굴이 뱀 같이 휘감은 잡목, 보이지 않는 새들의 아침 노랫소리는 자유롭고 풍요하며 생명의 들거움에 가득 차 있었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3장, 실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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