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47.

in #steemzzang2 days ago

image.png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얼굴을 돌려 들판을 바라보는데 햇빛이 부셨던지 문의원의 눈이 반쯤 감겨진다. 흰 수염과 검정 갓 사이에 푸른 하늘과 구름이 지나간다.

“봉사 개천 나무랄 것 있소? 도둑이 강도로 변하는 것은 쉬운 일, 욕심을 내다 보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소.”

흙담을 무너뜨리고 싸리 울타리를 치기 시작하면서 그는 희뿌염한 밝음을 이용하여 한밤중까지 일을 하곤 했었다. 마을에서는 사람이 달라졌느니, 혹은 귀신이 씌웠느니, 마음을 잡아 피가 나게 살림을 하느니들 하며 말들이 많았으나 마음을 잡은 탓이 아니요, 시간의 고문에서 달아나기 위한 필사적인 싸움이었던 것이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3장, 꿈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님, '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 정말 멋집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과 인간 본성을 꿰뚫어보는 듯한 @jjy 님의 시선에 감탄했어요. 특히 "시간의 고문에서 달아나기 위한 필사적인 싸움"이라는 구절을 통해 문의원의 심리를 해석하신 부분은 '토지'를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처럼, @jjy 님의 이 글을 읽으니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솟아나는걸요! 짠문학상 공모전 참여도 응원하며, 앞으로도 '토지'처럼 깊이 있는 문학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